세계 2위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눈속임’으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리콜명령을 받으면서 그 여파가 유럽 자동차업계 전반을 강타했다. 일각에서는 투자은행들의 금리조작이 적발된 리보(Libor) 사태와 비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폭스바겐의 주가는 무려 20% 가까이 급락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가 폭락으로 약 130억유로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미 해당 차량에 대한 판매를 중단한 폭스바겐은 조사를 마치면 최대 180억달러의벌금을 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48만여대의 차량 리콜 비용일 뿐이다. 브랜드 가치에 대한 타격 등으로 인한 감접적 피해는 더 클 수 밖에 없다.
폭스바겐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75bp(1bp=0.01%)에서 132bp로 크게 증가했다. CDS 프리미엄의 상승은 부도위험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폭스바겐의 ‘A’ 신용등급에 대해 “이번 사태가 확산되면 등급을 강등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타격을 입은 것은 폭스바겐 뿐만이 아니었다. 다임러, BMW, 르노, 푸조시트로엥 등 유럽 자동차업체들의 주가도 동반하락했다. 폭스바겐의 부정행위가 드러나며 비슷한 조사가 다른 기업들로 확대될 수 있고, 이는 대규모 리콜사태와 수십억달러의 벌금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투자자들의 우려 때문이다.
스튜어트 피어슨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 배출가스 수준을 조작한 것이 폭스바겐 뿐만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인위적인 배출가스 게임에 대한 테스트는 자동차업계의 ‘리보사태’가 되어 이들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사실이 적발되면 리콜과 벌금, 브랜드 가치하락뿐 아니라 이에 따른 소송도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돼 업계의 긴장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