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자수성가한 기업가 1위로는 글로벌 패션 전문기업 인디텍스(Inditex)의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ㆍ79)가 꼽혔다. 인디텍스는 패스트 패션의 선구자 격인 ‘자라(ZARA)’를 보유하고 있다.
오르테가는 스페인 철도노동자였던 아버지와 가사 도우미로 일한 어머니 사이에서 셋째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고 13세 때 중학교를 중퇴하고 갈라(Gala) 양품점 배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1972년 실내복을 생산하는 고아 콘벡시오네스(Goa Confecciones)를 창업했다. 1975년 의류 소매점 자라 매장을 처음 오픈하고 10년 뒤 지주회사 인디텍스를 설립했다.
오르테가는 ‘패스트 패션의 혁신가’로 불린다. 자라는 비싸 보이면서도 유행을 선도하는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빠르게 제공한다는 경영철학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자라는 현재 64개국 300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오르테가는 “우리는 특권으로서의 패션이 아닌, 패션의 민주화를 추구한다”고 말해왔다. 그 역시 청바지를 즐겨입고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르테가 성공전략은 “많은 디자인을 적은 양 생산하면서 고객들이 매장에 다시 와서 보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오르테가는 사업 초반 스페인 현지 제조를 고집해 디자인한 옷이 몇 주 안에 나올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매장은 일주일에 두번씩 새롭게 단장했다. 오르테가의 자산은 729억달러(85조7700억원ㆍ포브스 기준)으로, 스페인 최대 부호이자 세계 4위 억만장자다.
유럽 자수성가 기업인 2위에는 스웨덴 가구매장 이케야의 창업주 잉그바르 캠프라드(Ingvar Kampradㆍ89)가 이름을 올렸다.
가구매장의 혁신을 보여준 이케야(IKEA) 창업주 잉그바르 캠프라드 |
14세에 이웃들에 성냥을 팔기 시작해 생선, 크리스마스 장식품, 펜, 씨앗 등을 많은 아이템을 팔았다. 그는 17세에 아버지에게 받은 종자돈으로 자신의 이름 첫글자를 딴 이케야를 창립했다. 그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이케야 카달로그가 꼽힌다. “유럽인들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는 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매출을 견인했다.
무엇보다 캠프라드는 자만을 금기시 한다. “가장 위험한 독은 성취감에 취하는 것”이라며 “해독제는 매일 저녁 내일은 뭘 더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자산은 35억달러(4조1177억원)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의 맏형 독일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으로는 전자기업 보쉬그룹의 창업주 로버트 보쉬와 자동차 회사 BMW의 크반트 가문이 빠지지 않는다.
로버트 보쉬는 정밀기계와 전자기계 제조업체로 출발해 세계 최고 자동차 부품회사를 만들었다. 독일의 ‘위대한 기업인’으로 꼽히는 보쉬는 “신뢰를 잃는 것보다 돈을 잃는 것이 낫다”며 신뢰경영을 강조했다.
BMW의 경우 기업경영과 소유를 철저히 분리해 온 안주인 고(故) 요한나 크반트가 거론된다. 요한나를 중심으로 한 크반트 가문은 경영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회사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일례로 1990년대 영국 자동차 회사 로버 인수로 70억유로(9조3069억원) 손실을 입자, 13억5000만달러(1조5882억원)에 인수한 로버를 2000년 피닉스 컨소시엄에 단돈 10파운드(1만8000원)에 매각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요한나는 BMW를 가족간 경영권 분쟁 없이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여겨진다.
한편 덴마크에서는 조립형 놀이블럭 업체 레고의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Jorgen Vig Knudstorp) 최고경영자(CEO)가 존경받는 기업인에 꼽혔다. 크누드스토르프는 적자로 스러져가는 ‘장난감 왕국’ 레고를 부활시킨 인물이다.
레고 ‘장난감 왕국’ 부활시킨 외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 CEO |
매킨지 컨설턴트였던 크누드스토르프는 2004년 레고 CEO로 취임한 뒤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레고랜드 지분의 70%를 블랙스톤에 매각하는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동유럽으로 공장을 이전해 인건비를 줄였다.
나아가 레고에 ‘스토리’를 입히는 전략으로 어른 고객을 사로잡았다.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을 인형으로 만들거나, 반대로 레고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어른과 어린이 고객 ‘두토끼’를 잡았다.
위대한 경영인을 소개하는 ‘1000 CEOs’의 저자 앤드류 데이비슨은 그에 대해 “크리스티얀센 창업가문은 그에게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움직일 것을 주문했으나 크누드스토르프는 조직개편, 생산방식, 제품구성을 빠르게 바꾸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며 “레고를 21세기 브랜드로 일으켜 세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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