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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왕실-<15> 브루나이]국민들에만 너무 가혹한 ‘샤리아’ 형법…왕족은 예외
절도엔 손발절단형·동성애자엔 투석형
지난 4월 30일 브루나이는 ‘샤리아’를 기반으로 한 형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브루나이 인구의 80%는 이슬람이다. ‘샤리아’(Shariah)는 이슬람교의 법 체계를 뜻한다. 사회 전반에 대한 규범과 범죄에 대한 처벌을 동시에 담고 있는데, 처벌이 극단적이다. 음주행위에는 태형, 절도에는 손발 절단형을 가하고, 성범죄자ㆍ간통 범죄자 혹은 동성애자에는 투석형을 내린다. 브루나이 뿐 아니라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도 샤리아는 존재한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하사날 국왕의 발표에 분노했다.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술탄’이기도 한 그는 스스로 샤리아를 어겨왔으면서 국민들에게만 이를 강요하려했기 때문이다.

1997년 미국 전 미스 USA인 섀넌 머케틱은 하사날 국왕과 그의 동생 제프리 볼키아를 상대로 1000만 달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머케틱은 브루나이 왕실의 개인비서 및 홍보 업무 담당으로 취업했는데 정작한 한 일은 강제로 춤을 추고, 성노예 취급까지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하사날과 제프리는 외교상 면책특권을 이용해 소송을 무력화시켰다. 그러면서 머케틱에게 “살인보다 극악한 주장을 했다”며 반박했다. 그런데 브루나이 왕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은 머케틱 뿐 아니다. 왕실 무용단이었던 배우 출신 질리안 로렌은 책에서 “국왕과 그 동생 모두 수많은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지만 모두 법 위에 있다”며 “브루나이 왕족은 자기 마음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라 지적했다.

실제로 하사날 국왕은 세 번 결혼해 세 번 모두 이혼했다. 동생 제프리 볼키아도 다섯 번 결혼해 두 번 이혼했다.

로렌은 제프리 왕자가 방탕한 생활로 전재산을 탕진한 지난 2001년 브루나이 왕실의 비행을 고발하는 수기를 공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사날 국왕은 동성애자에 투석형을 가하는 등 일반인에게는 가혹한 벌을 내려왔지만 동생인 제프리 볼키아와 자신 등 왕실의 잘못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정작 브루나이 국내에서는 이중적인 샤리아 적용 방침에 불만이 거의 없다. 일부 여성들은 샤리아 도입 발표에 경외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들은 “이슬람교 아래 샤리아 형법 시행은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인디펜던트 지는 “왕실이 제공하는 편안함에 취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당연해졌다”고 해석했다. 일부지만 이같은 비합리적인 통치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다.

뉴욕포스트는 “악독한 법과 불공평한 체제에 지친 브루나이 국민 다수가 나라를 빠져나가고 있다”며 “특히 능력있는 인재들 사이에서는 국적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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