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폭스바겐의 유해가스 저감장치 조작사건이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친환경 ‘클린디젤’ 기술을 자랑하는 독일 벤츠나 BMW,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과 르노 등이 모두 당국의 조사를 받는다. 이미 민간시험기관에서는 폭스바겐 외에 다른 브랜드의 디젤차에서도 광범위한 조작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계에 닥친 이번 파문으로 회복조짐을 보이던 유럽경제가 또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교통장관은 24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이번 조작 파문을 계기로 별도로 꾸려진 조사위원회에서 폭스바겐 생산 차량 뿐 아니라 다른 제조사 차량에 대해서도 무작위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주간지 ‘아우토 빌트’는 미국의 한 사설기관 실험결과를 인용, BMW의 X3 x드라이브에서 유럽연합(EU) 허용 오염기준치의 11배에 달하는 배출가스를 내뿜는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BMW는 즉각 “검사 통과를 위한 어떠한 조작이나 속임도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이날 BMW 주가는 5% 넘게 급락했다.
독일 최대 일간지 ‘빌트’는 이날 인사 조치 대상자로 아우디 연구개발(R&D) 최고책임자인 울리히 하켄베르크와 포르셰 엔진 담당 최고책임자인 볼프강 하츠 등 최소한 두 명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아우디와 포르셰에도 폭스바겐과 같은 유해가스 저감 소프트웨어가 적용됐다.
독일과 함께 디젤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에서도 푸조-시트로앵과 르노 등을 대상으로 조사가 시작됐다.
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환경에너지부장관은 이날 자국 자동차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차량 배출가스가 공해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 조사를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독립 위원회가 프랑스 내 자동차 100여 대를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할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폭스바겐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디젤엔진이 주력이 아닌 자동차업체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실주행환경과 다른 검사실 환경에 맞도록 규제대응을 해 온 것은 자동차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일본에서는 토요타, 마즈다, 혼다 등의 주가가 급락했고, 미국에서도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곤두박질했다.
한편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와 피치는 폭스바겐이 벌금과민사소송 해결을 위한 법적 비용 발생 위험을 맞고 있다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 등급으로 낮췄다. 폴크스바겐은 미국 사법당국 조사 결과 조작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대 180억 달러(21조50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폭스바겐은 위기에 대비해 약 65억 유로의 충당금을 쌓아두었고, 현금성자산도 366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재무적 손실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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