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별 독립성 강화 등 리콜 계획 곧 발표…전면개혁으로 창사이래 최대 난관 넘어설지 주목
2015년 9월 21일. 클린디젤 잠들다’유럽의 디젤신화에 묘비명이 새겨지던 날, 포르셰를 이끌던 마티아스 뮐러는 세계 1위 자동차그룹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언젠가 그에게 돌아갈 자리였을 수도 있지만, 하필이면 자칫 그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순서가 돌아왔다.
취임일성도 비장했다. ‘하겠다’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한다’다.본사에서 1000여명의 매니저들을 앞에서 뮐러 신임회장은 “속임수와 조작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으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꾸준히 타협하지 않는 자기정화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뮐러 회장의 임무는 요약하면 배출가스 정화장치 조작문제 해결이다. 336억 달러에달하는 막대한 현금보유고 열쇠를 넘겨받았지만 최대 180억 달러에 달할 미국에서의 벌금과, 유럽에서의 리콜 비용을 감당하기엔 결코 넉넉치 않다.
그래서 리콜 자체는 사실상 껍데기다.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시 소비자들이 투자자들이 ‘폭스바겐’을 사도록 만들어야 한다. 클린디젤의 신뢰도를 회복하던지, 아니면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폭스바겐의 생존전략와 미래전략을 통째로 바꾸는 개혁의 알맹이다.
전임자인 마틴 빈터코른 회장은 올 상반기 540만대를 생산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를 꺾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같은 양(量) 위주의 성장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많이 팔기 위해 마진을 줄여야 했고, 늘어난 생산만큼 품질관리는 어려워졌다. 차량 1대당 클린디젤 장착비용은 무려 1300유로. 고급브랜드인 벤츠나 BMW는 차량 가격에 이를 반영시킬 수 있었지만, 대중브랜드인 폭스바겐은 그럴 수 없었다. 비용절감과 관리편의를 위해 플랫폼을 통합했지만, ‘조작’이 이뤄지면서 결국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실수’가 빚어졌다. 같은 조작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차량이 무려 1100만대다.
뮐러 회장은 취임과 함께 각 브랜드별 독립경영을 선언했다. 이른바 ‘칸 막이’를 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 빈터코른 회장 때부터 추진하던 하드웨어 개혁방향이다. 문제는 역시 소프트웨어다. 연산 1100만대의 초대형 기업에서 어떻게 각 브랜드들이 개성을 살리고,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을 이뤄내느냐다.사실 폭스바겐 뿐 이나라 도요타, GM, 르노,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빅5’ 모두 비슷한 성장통을 안고 있다. 위기는 기회다. 뮐러 회장이 폭스바겐을 구한다면다 ‘빅5’ 가운데 질적으로 가장 앞설 수도 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