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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감한 이슈 직접적 언급…교황의 방미 일정이 남긴 것
[헤럴드경제] 일정 초반부터 화제가 됐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방미 행보는 미국 사회에 강한 여운을 남겼다.

주요 정치쟁점으로 떠오른 이민자 문제부터 기후변화 대응까지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들을 정면으로 다뤄 커다란 공감대를 불러 왔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2∼27일, 5박 6일간의 미국 방문에서 논쟁적인 현안들을 직접 언급하며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자료=vatican city/ctv/USA투데이]

공식 환영행사에서부터 이민 문제를 화제에 올린 교황은 다음날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미국은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졌고 여기 있는 여러분 상당수도 이민 가정의 후손”이라고 지적하는 등 방미 일정 내내 자신도 이민 가정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민자에 관대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내 카퍼레이드 도중 멕시코 출신 불법이민자 가정의 5살 딸 소피 크루즈를 안아주고 이민 문제에 관한 편지를 받아드는 장면은 미등록 이주민이 미국에서 출산해 시민권을 얻은 아이를 뜻하는 ‘앵커 베이비’ 논란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하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사형제 폐지 등 민감한 현안도 두루 거론했다.

기후변화 문제는 인류의 책임을 인정하고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오바마 행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로이터는 차량 이동시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신 피아트에서 만든 경차를 이용한 것도 환경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묘수였다고 분석했다.

뉴욕 방문 당시에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권력과 물질적 번영을 향한 이기적이고 무한한 목마름이 천연자원의 남용과 약자의 배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환경 보호를 역설했다.

워싱턴DC에서 의회 연설 후 곧바로 노숙자 점심봉사를 한 교황은 필라델피아에서는 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들과 만나는 등 약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낮은 행보’로도 미국 사회를 감격시켰다.

교황의 메시지에 감동한 미국인들이 그가 가는 곳마다 구름처럼 몰려들면서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 미사에는 8만여 명, 필라델피아 2015 세계천주교가정대회 야외미사에는 100만 명 가까이 각각 운집하는 등 ‘프란치스코 신드롬’을 낳았다.

종교적으로는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과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분명히 사과한 것이 큰 주목을 받았다.

교황이 미국 사회에 일으킨 파장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예는 미국 연방의회의 1인자인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사임 소식이었다.

가톨릭 복사 출신의 독실한 신자로 이번 의회 연설을 성사시킨 베이너 의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 내내 수차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인 뒤 다음날 전격적으로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CBS방송에 출연해 연설 직후 교황과의 만남을 회상하면서 “교황이 내 왼팔을 잡고 끌어당기면서 정말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그게 날 울게 하지 않았다면 그 말들을 따라 했을 것”이라며 “그러고 나서 교황이 나를 팔로 감싼 뒤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다”라며 감격했다.

그날 밤부터 깊은 고민에 빠진 베이너 의장은 결국 다음날 아침 기도를 한 뒤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며 교황과의 만남을 계기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동료 의원등 주변에 밝혔다.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의원의 주도로 미국 의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이 전개된 것도 교황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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