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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술에 취해 죽었다”?…대륙갑부들 음주 ‘뒷담화’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전략) 하늘이 나를 세상에 낸 것은 반드시 재능을 쓸 데가 있기 때문이니,

돈이야 다 쓰면 다시 벌 수도 있으리.

양고기ㆍ쇠고기로 술잔치를 즐겨보세.

한 번 마실 때 300잔은 마셔야지(후략)”

중국 당나라 때 시인 이백(李白)이 지은 ‘장진주(將進酒ㆍ술을 권하다)’란 작품입니다. 중국문학사(史)에서 최고 시인으로 추앙받는 그의 작품은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에 포함돼 중국 초등학생들이 반드시 ‘외워야 하는’ 고전에도 들어있습니다. 중국인이 사랑하는 시 중엔 이처럼 술을 소재로 한 작품이 상당합니다. 이 나라 음주문화를 조금이나마 엿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죠.

그래서일까요. 중국 부호 대부분은 술을 즐기는 편입니다. 지난해 중국 싱예(興業)은행이 낸 현지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대륙 억만장자의 음주율은 70%로 집계됐습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유형도 다양한 편인데요. 소위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는 이도 있습니다. 아예 주류 수입상을 차린 부자가 있는가 하면 주량은 얼마 안 되지만 술자리를 즐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술 마시다 ‘직관’ 놓친 회장님들 = 술을 마시다 다음 일정까지 놓친 부자들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부동산 개발 등으로 돈을 번 부호입니다.

한 명은 쉬자인(許家印ㆍ57) 광저우 헝다(恒大)그룹 회장입니다. 그는 8월 현재 순자산 67억달러를 갖고 있습니다. 부동산 부호 중 자산기준 4위에 해당합니다. 

지난해 6월 한 행사장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좌), 자신의 축구구단 선수들과 술자리를 가진 쉬 회장(우ㆍ사진 맨오른쪽)

다른 한 명은 장리(張力ㆍ62) 푸리(富力)부동산그룹 회장입니다. 1990년대 초 관련업계에 발을 들인 장 회장은 인테리어ㆍ건축설계 등으로 큰 돈을 벌었습니다. 그의 순자산은 24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장리 푸리부동산그룹 회장 [출처 = 중국경제망]

둘은 광둥성 광저우를 연고로 한 중국 프로축구 구단주이기도 합니다. 쉬 회장은 2010년 ‘광저우 에버그란데 타오바오’팀을 사들여 이끌고 있습니다. 장 회장은 2011년 ‘광저우 푸리’를 인수했습니다.

사건(?)은 2012년 쉬 회장의 팀과 장 회장 팀의 광저우 더비경기 때 일어났습니다. 현지 스포츠매체 ‘왕이(網易)체육’ 등에 따르면 둘은 원래 같이 식사를 한 뒤 경기장을 방문해 두 팀 간 축구경기를 현장관람 하기로 약속한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경기장도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밥 먹으러 함께 한 자리에서 연거푸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그들은 어느새 경기장 방문을 포기하기로 ‘합의’합니다. 식사로 시작한 술자리는 그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고 합니다.

결국 광저우 양대 축구구단주의 ‘직관(직접관람)’ 일정은 TV중계를 시청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애연ㆍ애주가 마화텅의 사망소동 = 블룸버그 기준 29일 현재 순자산 162억달러를 보유한 마화텅(馬化騰ㆍ44) 텐센트 창업자도 술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왼쪽에서 두번째)가 술자리에 참석한 모습. [출처=봉황망]

2013년 2월 11일, 지금의 텐센트를 있게 한 중국 최대 온라인 메신저서비스 QQ가 출범 14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마화텅으로선 당연히 자축하고 싶었을 겁니다. 게다가 그 날은 중국 최대명절 중 하나인 춘제(설날) 다음날이기도 했죠. 명절 연휴가 최소 1주일간 이어지는 중국에선 음주에 가장 좋은(?)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날 오후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微博)엔 이상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마화텅이 과음으로 사망했단 소식이었죠. 당시 포스팅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월 2일(음력기준), 슬픈 일이 생겼습니다. 중국 500대기업인 텐센트 최고경영자(CEO)이자 메신저 QQ의 아버지 마화텅 씨가 어제 오후 선전(深玔)인민병원에서 과음과 과로로 인한 심장병으로 세상을 떴습니다”

이 내용은 SNS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마화텅은 당일 저녁 웨이보를 통해 자신의 ‘사망설’을 반박했습니다. 

과음 사망설이 돌았을 당시 마화텅 웨이보. 그는 막 비행기에서 내려 동료의 연락을 받고 (사건을) 알았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마화텅이 기호품을 즐기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현지 매체 ‘관찰자망(觀察者網)’ 등에 따르면 마화텅은 평상시 애주가라기보단 흡연을 즐기는 애연가에 가깝다고 합니다. 술도 잘 마시지만 과음을 하거나 주정까지 부리는 건 아니라고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주류수입상 차린 IT부호 = 와인을 즐긴 나머지 주류 전문 수입업체를 차린 이도 있습니다. 바로 딩레이(丁磊ㆍ44) 넷이즈(Neteaseㆍ網易)이사회 의장입니다. 30일 현재 순자산 69억달러를 갖고있는 그는 중국 1세대 IT창업자 중 하나입니다. 현재 그의 회사는 세계 최대 온라인ㆍ모바일 게임기업으로 컸습니다.

딩 의장은 와인 애호가로도 유명한데요. 그는 최근 친구 5명과 공동투자해 주류수입업체를 세웠습니다. 이 회사는 주로 프랑스에서 와인을 들여와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격은 1병 당 수천∼ 수만 위안에 달하는 고가라고 하네요. 

와인잔을 들고 있는 딩레이 넷이즈 이사회 의장(좌)과 딩 의장의 와인사업 진출과 관련한 일러스트(우). [출처=소후닷컴]

딩 의장과 함께 투자한 지인 중 한 명은 와인수입회사를 세운 이유와 관련, 현지 매체에 “(딩레이 자신이)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중국 내 와인 시장이 급성장한 것을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와인전문매체 ‘지우후망(酒斛網)’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와인을 많이 마시는 나라입니다.

“마오타이주문화연구회장” 마윈 =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자산기준 중국 2위부호 마윈(51)의 직위는 ‘알리바바 회장’ 하나가 아닙니다. 그는 2013년까지 ‘국산술 마오타이 문화연구회’ 부회장이었습니다. 지난해엔 이 연구회 명예회장이 됐습니다.

마 회장은 2011년 마오타이주(茅台酒)를 만드는 마오타이그룹의 리커량(李克良)회장과 함께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貴州)의 마오타이주 생산현장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술 공장을 둘러본 그는 손수 펜을 들어 “천하의 훌륭한 술”이란 코멘트를 남겼다고 합니다.

마오타이주 생산현장을 방문한 마윈. [출처=메이지우자오상망]

사실 마 회장은 스스로 ‘술은 못 마시지만 술자리는 좋아한다’는 입장을 자주 밝혀왔습니다. 명예직이긴 하지만 전통술 관련단체에 이름을 건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자리에 참석한 마윈. 왼쪽 옆에 빌게이츠 MS 회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게이츠 회장 중국방문 당시에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출처=시나블로그]

그는 얼마 전 홍콩의 한 클럽을 찾기도 했는데요. 이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자 마 회장은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예전엔 술집에 자주 들렀다. 클럽 음악은 좋다. 왁자지껄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좋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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