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폭스바겐그룹이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한스 디터 푀취에게 내부조사를 맡겼다고 2일 보도했다. 그는 2003년부터 줄곧 그룹 이사회의 일원으로 경영전반에 간여해왔다. FT는 “오너인 포르셰 가문과 피에허 가문이 푀취를 지지한 덕분”이라고 꼬집었다.
마르틴 빈터코른 전 폭스바겐그룹 CEO. [사진=위키피디아] |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CEO. [사진=폭스바겐] |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형식을 취했던 마르틴 빈터코른 전 회장도 건재하다. 그는 현재 폭스바겐그룹의 지주사인 포르셰홀딩스의 이사회 의장이다. 그룹 회장 직함만 내놨을 뿐 그룹의 최고 정점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2007년부터 그룹 경영을 이끌었던 빈터코른은 이번 조작이 있었던 기간 내내 CEO였지만 “조작 사실을 몰랐고, 다만 기업의 앞날을 위해 물러난다”며 지난 23일 사퇴했다.
페르디난트 피에히 폭스바겐그룹 전 회장. [사진=위키피디아] |
또 빈터코른 전 회장과 뮐러 신임회장, 내부조사를 책임진 퓌체 CFO 등이 모두 포르셰홀딩스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현직 이사들이다. 뮐러 회장은 적어도 지주사에서 만큼은 아직 빈터코른 전 회장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입장인 셈이다.
게다가 뮐러 회장의 경력은 그를 빈터코른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하기에 충분하다. 빈터코른 회장이 2002년 아우디 CEO가 됐을 때 뮐러를 핵심참모로 기용했다.
한스 디터 포쉬 폭스바겐 CFO. [사진=폭스바겐] |
한스 디터 포쉬 폭스바겐 CFO. [사진=연합뉴스] |
폭스바겐의 지배구조를 감안할 때 오너 그룹의 지원 또는 묵인 없이 이들 전문경영인들이 계속 자리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오너 경영자였던 피에히 전 회장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빈터코른 전 회장이 올 4월 단독 CEO에 오르기 전까지는 피에히 회장이 경영의 최고책임자였다.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피에히 전 회장이, 역시 책임을 져야할 측근들을 앞세워 조작사건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추론도 가능한 셈이다. 오너 일가인 피에히 전 회장은 현재 지주사인 포르셰홀딩스 감사위원회 일원으로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빈터코른과 피에히. [사진=연합뉴스] |
한편 독일 검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 10여 건의 형사고발이 제기됐지만, 증거가 없어 경영진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는 벌이지 않고 있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