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 통신업계 4위인 스프린트는 5일(현지시간) 25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비용 절감을 위해 대대적인 감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 역시 최근 실적 악화로 부사장 등 직원 45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미국 서부 유력지인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도 현재 인력의 10%를 줄이겠다고 표명했다.
미국 최대 민간 조사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가 최근 발표한 감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계획 규모는 총 20만 5759명으로, 가장 큰 감원규모를 기록한 2009년 3분기(24만 233명) 다음으로 크다. 올들어 3분기까지 해고당한 인력은 총 49만 여명으로, 지난해 동기대비(36만 3408명)보다 36% 증가했다.
지난 9월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월 감원 계획 규모도 5만 8877명으로 전월대비 43% 증가했다.
감원은 원자재 및 에너지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CG&C에 따르면 에너지업계는 올해 총 7만 2708명을 감원했다. 지난해 에너지 업계가 총 10만 272명을 감원한 것을 고려했을 때 올해 감원 규모는 이와 비슷하거나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라이스 대학교 제임스 베커연구소는 “셰브론, 엑손모빌 등 국제정유기업들의 올해 총 감원 규모는 2만 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세계 2위 석유채굴기업이자 지난 2010년 딥워터 호라이즌 기름유출 사태로 11억 달러의 합의금을 배상해야 했던 할리버튼은 전체 인력의 19%(2000명) 이상을 줄이기로 했다. 미국 2위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체사피크 에너지도 전체 인력의 15%(740명)을 감원한다. 원자재 시장 악화로 실적난을 겪고 있는 세계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CAT)도 내년 말까지 최대 5000명을 감원하고 2018년까지 1만 명이 넘는 인력을 해고할 방침이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미국 기업의 감원은 미국 유통업계, 항공업계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CNBC는 이날 “지표상 고용률은 올랐지만 기업의 실적난과 감원 규모는 미국 경제가 아직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