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의회 국방ㆍ안보위원회 하킴 알자밀리 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에 곧 공습을 요청하는 상황에 처할 지 모른다”며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 효과에 따라 수일 또는 수주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은 8년이 넘는 전쟁 끝에 가까스로 이라크에 친미 정권을 세웠다. 이런 이라크가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되면 중동에서 미국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슬람국가(IS) 문제에 대해 미국은 무능이 드러나면서 러시아가 세력을 확장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 이라크는 IS 대응 두고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러시아는 더욱 기세가 올랐다.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동단인 터키영공을 침범한 데 이어 이라크와 접경한 시리아에서는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이며 ‘해결사’로서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자원군’이라는 명분으로 지상군 투입 계획을 밝힌 데 이어 7일(현지시간) 해상에서 26발의 순항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러시아의 함대지 순항미사일은 거의 중동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즉 러시아의 작전반경이 더욱 넓어질 것을 공표한 셈이다.
러시아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집권을 유지한다면 IS의 위협을 받는 중동의 세력들이 러시아에게 잇따라 ‘보호’를 요청할 수도 있다.
미군은 러시아가 IS가 아닌 시리아 반군을 공격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지만, IS와 대결 중인 이라크가 러시아의 공습시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상황도 오묘하다. 러시아는 IS를 공격하면서도 동시에 시리아 반군도 타격하는 교묘한 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중동 등 세계 곳곳의 분쟁지에 미국 훈련관을 보내 현지 병력을 양성한다는 미국 정부의 계획이 속속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군의 지원을 받아 구성된 군대들이 붕괴되거나,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지거나, 심각한 결함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동에) 지상군 파병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아프카니스탄 주둔 미군마져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미군 사령부 측에서는 백악관에 철수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야 한다는 성직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변수다. 사우디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면 결국 러시아와 맞서게 되고,수니파와 시아파간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가 러시아와 맞서게 되면 미국의 입장은 더욱 곤혹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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