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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 고갈 신흥국들, 비상금 美국채까지 내다팔아…中 외환보유고 또 줄어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곳간에 쌓아둔 미국 국채를 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내다팔고 있다. 위안화 환율 방어에 나선 미국 국채 보유 1위 중국은 거의 투매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미 국채의 주요 매입 주체였던 중국, 러시아, 브라질, 대만의 매도는 신흥국 경제 둔화가 미국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보도했다.

도이체방크증권에 따르면 지난 7월말까지 1년간 미국 외 지역 국가의 미 국채(1년 만기 기준) 순매도 금액은 1230억달러(142조원)로, 1978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 규모였다. 이는 그 이전 1년간 270억 달러의 순매입에서 급반전한 것이다.

그래프1: 각국 중앙은행 자산의 GDP 내 비중-중국, 유럽연합, 일본, 미국 (* 2015년은 6월 현재) [출처: 맥쿼리증권, WSJ]
그래프2: 중국 인민은행의 자산 구성 비중 (국채·외환·기타) [출처=중국인민은행, WSJ]

신흥국들은 지난 10년간 무역 흑자, 원자자 상승 사이클 속에서 벌어들인 달러로 유동성이 좋은 미 국채를 대거 매입했다. 2013년 1월 기준 이전 1년간 순매입액은 2300억 달러에 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세계 경제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강달러 기조에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자, 일부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 자산을 앞다퉈 내다팔았다.

특히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월 한달간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1200억~1300억달러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8월에 939억 달러가 줄었다. 9월에도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433억 달러 줄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5개월 연속 줄어들며 3조5100억원으로 낮아졌다. 종합하면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아 경제와 증시를 부양하는 데 돈을 마련한 셈이 된다.

중국 뿐 아니다. 유가하락으로 재정이 어려워진 러시아의 미 국채 보유액도 지난 7월까지 1년간 328억달러 규모로 순감소했다. 대만은 68억달러 줄였다. 북유럽 산유국으로 저유가 타격을 입은 노르웨이는 183억달러를 처분했다.

다만 신흥국들의 미 국채 매도에도 불구하고 채권가격의 급격한 하락, 금리 급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7일 2.06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2.173%에 비해 낮은 것이다.

경제 사정이 크게 나쁘지 않은 국가와 기관들은 가치하락 우려가 가장 적은 달러 자산 투자를 늘리고 있고, 이같은 수요가 국채시장에서 실제 나타나고있어서다. 신흥국 가운데 가장 사정이 나은 인도는 같은 기간 미 국채 보유를 797억달러에서 1163억달러로 크게 늘렸다.

문제는 중국이 앞으로 얼마나 더 미 국채를 내다팔지다. 중국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 달성이 목표다. 이미 세계 주요 전문기관들은 중국이 올 해 6%대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 상태다. 성장률을 더 끌어올리려면 더 강력한 부양책이 필요하고,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6월 기준 인민은행 자산의 82%가 주로 달러 등 외국통화다. 중국 국채 비중은 4.5%(33조7000억위안)에 불과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 중 미 국채 비중이 50% 이상인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중국이 현금을 마련하려면 미 국채를 포함한 해외자산을 매각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 수준이 높기는 하지만 계속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면 시장의 불안감을 더 키우고 오히려 달러 이탈만 부추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줄이지 않고 경기부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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