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윤리위원회는 8일 스위스 취리히 FIFA하우스에서 청문회를 열고 정 명예부회장에게 자격정지 6년과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FIFA는 당초 정 명예부회장이 2022년 월드컵 한국 유치를 추진하던 2010년 당시 행적을 문제 삼았다. ‘7억7700만 달러(9180억원)의 축구발전기금을 조성해 축구 저개발국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각국 축구협회에 보낸 것이 ‘뇌물 공여’ 의도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실제 징계 사유는 ▶조사에 대한 비협조 ▶비윤리적 태도 등 애매한 항목을 적용했다. 당초 윤리위원회는 정 명예부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19년(뇌물 공여 시도 15년+FIFA 명예훼손 4년)을 추진했으나 청문회를 거쳐 6년으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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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와 함께 정 명예부회장의 FIFA 회장 도전에 제동이 걸렸다. 자격정지 징계 대상자는 해당 기간 중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비롯해 축구와 관련해 어떠한 공식 행위도 할 수 없다. 이달 26일이 마감인 차기 FIFA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도 불가능하다. 정 명예부회장은 국제변호사 등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항소할 예정이지만, 심사 과정에 적지 않은 기간이 필요하다. 내년 2월 열리는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나서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정 회장은 9일 오후 대변인을 통해 지난 8일 저녁 FIFA 윤리위원회가 자신에게 자격 정지 징계를 내린 것과 관련해 추가 성명을 발표했다. 당초 정 회장은 FIFA 윤리위원회의 발표가 있자마자 곧바로 반박 성명을 낸 바 있으나, 이번 추가 성명에는 FIFA 윤리위원회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실질적 해명까지 곁들여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는 점에서 보다 강도가 높다.
정 회장은 “나에 관한 제재는 블라터 회장, 미셸 플라티니 UEFA(유럽축구연맹) 회장,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에 대한 제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FIFA에 비판적 견해를 취해온 것에 대한 졸렬한 보복이며, 기본적 실체도 없이 오로지 나의 선거 등록을 훼방하기 위해 시작된 술수”라고 규정했다.
이어 “블라터 회장, 플라티니 회장, 발케 사무총장은 뇌물 배임 및 횡령 등 구체적 범죄 행위에 관련된 혐의를 받는 사람임에도 90일 잠정 제재를 가한데 반해, 내게는 조사 비협조, 윤리적 태도 같은 애매한 조항을 적용해 6년 제재를 가한 건 형평성을 잃었다”라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조사 과정 내내 문제로 삼은 투표 담합, 부정 이익 제공, 언론에 꾸준히 흘린 구호성금은 제외하고 단지 조사 담당하는 자신들에 대힌 비판과 조사 비협조라는 지엽적이고 기술적 사항을 제재로 근거로 삼은 건 정치적 술수”라며 열변을 토했다.
윤리위가 정몽준 명예회장에게 내린 자격정지 6년의 징계는 블라터 회장의 부도덕성을 줄기차게 문제 삼아 온 정몽준 명예회장에 대한 보복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2월 치러지는 차기 FIFA 회장 입후보를 선언한 정몽준 명예회장은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스위스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블라터 회장이 FIFA 수장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FIFA 개혁의 시작이라고 주장해왔다.
한편 유력 후보들의 제재가 결정되면서 요르단 왕자인 알리 빈 알 후세인이 반사 이득을 보고 있다. 베팅사이트 ‘오즈체커’가 8일 책정한 알리 왕자의 당선 가능성은 8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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