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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내가 본 북한은…”세계 부호들 눈에 비친 북한은 어떤 곳일까?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김현일 기자] 북한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나라’ ‘세계의 아웃사이더’로 분류되지만 부호들 중엔 이곳에 남다른 관심을 쏟는 이들이 있다. 

다음 소개하는 세 명의 슈퍼리치는 현재 북한에서 사업을 전개하거나 대북 투자에 적극적인 의사를 드러내온 인물들이다. 이들 부호는 공식석상에서 북한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자주 언급하며 폐쇄적인 북한의 이미지를 바꿔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

▶ 北 이통사 ‘고려링크’ 대주주는 이집트 부호=이집트 통신재벌 나기브 사위리스(Naguib Sawirisㆍ61) 오라스콤 텔레콤 회장은 민간인 신분으로 가장 활발하게 북한을 오고가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개인 자산만 30억달러(한화 약 3조5000억원)로, 이집트 내 두 번째 부호다. 올해 난민들을 위해 그리스 섬을 구매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2011년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성택 부위원장과 팔짱을 낀 채 사진을 찍은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가운데).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가운데가 아닌 끝에 서서 화제가 됐다.

그의 북한과의 인연도 제법 오래됐다. 2007년 오라스콤 건설이 북한의 국영 시멘트공장에 1억15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이 투자로 오라스콤 건설은 북한 시멘트공장 지분의 50%를 획득했다.

북한과의 유대관계에 정점을 찍은 건 통신사업이었다. 오라스콤 텔레콤은 북한과 75대25의 비율로 투자해 설립한 ‘고려링크’를 통해 2008년 12월15일 평양에서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는 서비스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을 직접 방문할 만큼 열정을 보였다. 당시 사위리스 회장은 “북한에 대한 투자는 인구가 많고 보급률이 낮은 국가에 투자하는 우리 전략에 딱 들어맞는 것”이라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이듬해 9월엔 북한의 친선훈장 제1급 대상자로 선정돼 재방북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훈장 수여 이유로 “김정일 동지에 대한 다함 없는 존경과 흠모심을 안고 조선과 이집트 사이의 친선과 경제협조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적극 기여했다”고 밝혔다.

2012년 10월, 북한의 식품공장을 둘러보는 나기브 사위리스 회장.

2011년 1월엔 사위리스 회장에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사위리스 회장이 접견하는 모습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도 “현대그룹 회장단 이외에 김 위원장의 외국 기업인 접견 사실을 북한 매체가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위리스 회장은 105층짜리 평양 류경호텔의 리모델링에도 대규모 투자를 하며 북한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오라스콤 텔레콤에 북한은 좋은 시장”이라며 “언젠가는 남북한이 통일될 것이고 그렇게 될 경우 북한 시장의 선점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 노스코리아테크(North Korea Tech)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북한의 오라스콤 텔레콤 가입자 수는 240만명을 넘어섰다.

▶ 세계 최고 IT기업 수장이 직접 본 北 인터넷 현실=에릭 슈미트(Eric Schmidtㆍ60) 구글 회장은 매서운 겨울 추위가 한창이던 2013년 1월 북한 땅을 처음 밟았다. 당시 그의 방북은 전 세계적인 이슈였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의 수장이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통제가 심한 나라를 방문하는 첫 번째 사례였기 때문이다.

김일성대 컴퓨터 시설을 둘러보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가운데 빨간 스카프를 한 이).

자산 108억달러(약 12조6500억원)의 거부인 슈미트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방북했지만 사람들은 ‘미지의 나라’에 다녀온 그가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궁금해 했다.

이전부터 ‘북한에 인터넷을 보급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혀왔던 슈미트 회장은 귀국 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태블릿 컴퓨터와 휴대전화 생산과정을 보여줬지만 관련 산업의 규모가 적고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인터넷을 완전하게 연결할 능력을 가졌지만 그렇게 연결하지 않을 뿐”이라며 북한의 폐쇄적인 현실을 전했다.

올 4월에도 그는 “북한에선 대학생조차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며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두 명이 서로 감시를 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인터넷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며 “그나마 허용되는 내부 통신망(인트라넷)도 검열을 받는다”고 밝혔다.

북한의 태블릿 PC 삼지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당시 방북 길에 동행했던 슈미트의 19세 딸 소피도 자신의 블로그에 “김일성대 컴퓨터실에 들어갔을 때 몇 명의 학생만 스크롤을 내리거나 클릭을 할 뿐 나머지는 그저 모니터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며 “더욱 놀라운 건 우리 일행이 지나다니는데 고개를 들거나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어떤 인사에도 반응이 없었다는 점”이라는 글을 남겼다.

▶ 투자의 대가 “전 재산을 북한에”=지난 5월 미국의 한 부호가 “할 수만 있다면 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할 법하지만 ‘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Jim Rogersㆍ73)가 그 발언의 주인공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은 일약 ‘유망 투자처’로 떠올랐다.

짐 로저스

로저스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시대라면 난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그 아이(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가 놀라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강점으로 잘 교육된 노동력과 거대한 천연자원을 꼽았다. 여기에 통일이 됐을 경우 한국의 자본과 경영능력까지 더해지면 한반도는 강국(powerhouse)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저스는 예일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1969년 26세 때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의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회장과 함께 헤지펀드인 ‘퀀텀 펀드(Quantum Fund)’를 만든 투자 전문가다. 1980년 불과 37세에 은퇴한 그는 이후 오토바이와 4륜 구동차를 타고 5년간 세계 일주를 해 ‘금융계의 인디애나존스’로 불리기도 했다. 북한도 그의 여행지 중 하나였다.

평소 농지에 투자하라고 강조해온 로저스는 “한반도 DMZ 근처 농지를 사두면 수익률이 괜찮을 것”이라고 말해 또 한 번 이슈가 되기도 했다. 로저스의 개인 자산은 3억달러(약 3500억원)로 평가된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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