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11ㆍ13 파리 테러’ 현장에서 자폭한 테러범 시신에서 발견된 ‘시리아 여권’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독일 정부에 의해 제기됐다. 반(反) 난민 정서를 부추겨 유럽과 미국 등 서방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이슬람국가(IS)가 고도의 이간책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스 데 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여권이 일부러 심어놓은 단서라는 조짐들이 있다”면서 “물론 정말로 난민을 가장한 IS 테러범일 가능성도 아직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독일 도이체벨레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 여권이 발견된 뒤로 난민을 가장한 테러범이 유입됐다며 전세계가 몸서리쳤고, 난민 수용 문제를 두고 유럽연합(EU) 회원국들 뿐 아니라 미국 사회도 분열됐다.
데 메지에르 장관은 “조사 결과가 분명해질 때까지 정말로 엄청난 신중을 요한다”며 난민과 관련한 성급한 판단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13일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발견된 여권의 주인은 1990년 생(生), 시리아 이드리부 출신 아흐마드 알모함마드다. 알모함마드는 10월 초에 그리스 레로스섬에 지문을 등록시켰으며, 이후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난민의 주 이동 경로를 거쳐 서유럽에 도착했다. 공식 망명 신청은 세르비아에서 이뤄졌다. 알모함마드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 소속으로 사망한 군인인 것으로 추정됐다. 테러범은 알모함마드의 서류를 훔쳐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 메지에르 장관은 “그런 사람(테러범)이 그리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에서 어떻게 등록할 수 있었는지 이상하다”면서 “흔적을 고의로 놔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날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 역시 “이번 테러는 매우 잘 짜여져 있다”면서 “(테러범이)목숨 걸고 높은 파고를 뚫고, 굳이 난민들이 이용하는 힘든 경로를 따를 필요가 없다”면서 난민을 가장한 유입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스트리아 내무부는 테러범이 서류 조사도 받지 않고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입경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노동인구층이 빈약한 독일은 올해만 난민 100만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최대다. 하지만 최근 난민촌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라 발생하고, 반이슬람 운동인 ‘페기다’ 지지세력이 극성을 부리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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