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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이형석]꽃보다 ‘진박’? ‘○박론’에 ‘포박’된 새누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내외에서 회자되는 ‘○朴론’에 대해 ”정치 수준이 낮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朴론’이란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여당 내 인사들을 진박, 친박, 비박 등 계보로 분류해 부르는 조어법이다.

진박은 진실한 친박을 가리키고, 친박은 친박근혜계, 비박은 비(非)박근혜계를 뜻한다. 김 대표의 말마따나 한국 정당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朴론’에는 정책과 노선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에 대한 충성도로 나뉘고, 친소관계로 이합집산하는 국내 정치의 낡고 졸렬한 행태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진박논란이나 비박ㆍ친박계간의 대립은 사그러들 기미가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진박’이라는 의미로 인구에 회자되는 ‘진실한 사람’이라는 말에 대해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 그 외에 다른 뜻 없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우리 당 스스로 만들어낸 용어가 아니라 언론에서 만든 용어”라며 “저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총책임을 맡았던 사람인데 저보고 비박이다 뭐다 얘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현실은 박 대통령이나 김무성 대표의 말이 무색하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구에선 ‘진박 인증샷’이 나왔다. 4ㆍ13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예정인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 실장 등 예비후보 6명이 20일 대구의 한 식당에 모여 사진을찍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같은날 “친유승민계 현역 의원들의 대항마로 낙점된 ‘진박 6인’이 앞으로 대구 현안을 풀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런가 하면 같은날 새누리당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비박’ 좌장 김 대표와 ‘친박계’ 원유철 원내대표의 이견이 불거졌다. 김 대표는 “‘인재영입’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원 대표는 “‘인재영입’이라는 표현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두 ‘대표’의 발언 이면에는 ‘전략공천’에 대한 비박과 친박간의 엇갈린 이해득실이 걸려 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제안한 ‘기간제법 제외 노동4법 우선처리’ 입장에 대해서도 원 대표가 먼저 알고도 김 대표는 보고를 받지 않아 몰랐다는 뒷얘기가 무성하기도 했다.

‘○박론’이 후진적인 것은 당내 민주주의와 여당 역할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쟁점법안 처리에 대해 당내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언로가 막혀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여당이 독립적인 주체로서 야당과 협상과 합의를 이끌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과 청은 두 개의 수레바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수레바퀴 한쪽이 묶여서는 구르질 못한다. ‘○박론’으로 ‘포박’된 꼴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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