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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버스터에 정치 올스톱…국회는 또 휘청거린다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의원들의 눈은 앞을 바라본다. 텅 빈 본회의장 의석을 향해서다. 국회는 새벽을 잊었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테러방지법을 놓고 야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ㆍ무제한 토론)를 시작했다. 1964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발언대에 오른 이후 52년 만이다.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필리버스터 앞에 19대 국회는 또다시 멈춰 섰다.

지난 23일 오후 7시 7분께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5시간 32분)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새벽을 지나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1시간 49분)에 이어 24일 오전 10시 현재 은수미 더민주 의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은 의원은 이미 7시간을 돌파했다.

야당은 필리버스터 일정에 한계를 두지 않는 강행군을 예고하고 있다. 국회의원마다 5시간 넘는 발언을 이어갈 태세다. 선거구 획정안 처리가 예고된 26일 본회의는 물론, 108명 더민주 의원이 모두 발언을 이어간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3월 10일 2월 임시국회 종료일까지 이어갈 수도 있다. ‘16일 대장정’까지 불사하겠다는 야당이다.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토론을 새벽부터 이어가고 있다. 은 의원은 새벽 2시30분부터 토론을 시작해 김광진 의원의 5시간 32분 기롣을 깨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테러방지법 직권상정과 필리버스터로 국회의 현안도 휘청거린다. 당장 26일까지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면 여야가 합의한 선거구 획정안은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29일 본회의도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 없다. 법적 기한을 훌쩍 넘긴 선거구 획정으로 이미 입법부는 위법(違法)부가 됐다.

여야의 공천도 필리버스터에 막혔다. 새누리당은 이날 충청권 공천 후보자 면접을 재개한다. 하지만 국회가 비상사태에 돌입하면서 공천을 둘러싼 관심도 멀어졌다. 더민주는 한층 더 복잡하다. ‘컷오프 20%’ 대상자 명단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필리버스터로 전 의원이 뭉친 상황에서 공천 탈락자를 발표하는 게 부담이다. 국민의당은 국회가 필리버스터로 몸살을 겪는 이 때,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메머드급 행사이지만 비상이 걸린 국회에 밀려 좀처럼 주목받지 못했다.

관건은 여야 간 극적 합의 여부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면서 동시에 법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일부 문구를 변경한다면 테러방지법이 불철저하고 부족해도 통과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대로 성과 없이 필리버스터를 마칠 수 없다는 야당, 문구 변경을 수용하며 다시 제자리걸음 할 수 없다는 여당, 그리고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통과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청와대. 그 사이에서 국회는 오늘도 휘청거린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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