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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전지를가다 종로①] ‘종로의 아들’과 ‘야심가 아우’의 예선전, 뜨거운 감자가 되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공천은 끝났어? 이제 아예 (후보가) 된 거야?”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이 질문이 먼저 떨어졌다.

두 사람의 온도 차는 컸다.

‘종로의 아들’을 자처하는 박진 전 의원은 “그러니 말야. 종로를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집안 싸움을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인지도만 가지고 들어오면…”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웃었다. “잘 되겠죠 허허” 시정 경험을 강조하지만, 종로를 고집할 명분은 다소 적다. 상대방의 분노에 분노로 대응하면 점잖은 이미지마저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도 깔렸다.

그렇게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종로의 눈은 ‘본선’보다 ‘예선’에 쏠렸다.

깜작 한파가 서울 도심을 강타한 지난 24일,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한지붕 두 가족’은 각자 분주히 발걸음을 옮겼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4일 종로구 숭인동 한마음 경로당을 찾아 유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진 전 의원이 지난 24일 종로구 낙원동 낙원지하상가 유세활동 중에 만난 시민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날 오 전 시장은 상대적으로 낙후한 창신동과 숭인동 일대를 샅샅히 돌았다.

창신동 쌍용아파트 2단지 노인정에서도, 숭인동 한마음 경로당에서도 그는 ‘후보로 결정됐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잖아요. 형님(박 전 의원)이 세 번 하셨으니 이번에는 아우가 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세요. 시정을 하면서 (종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오 전 시장의 입에서는 매번 모나지 않게 본심을 담은 대답이 나왔다. 시정 경험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났다.

“어제 우리 와이프도 왔다 갔죠?”, “저도 79살 어머니가 계셔요”, “우리 두 딸도 한번 보여드리러 와야겠다” 친근한 대화 가운데 ‘뼈’는 여기에 담겼다.

박 전 의원은 십수년간 다진 네트워크를 자랑하듯 낙원지하상가와 종로구 생활안전협의회 등 지역현안 밀착 행보를 이어갔다.

지역여론을 주도하는 상가번영회장, 생활안전협회장들이 먼저 그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어떻게 (공천은) 다 잘 끝났어?”. 사람은 바뀌었지만 질문은 같았다.

“이제 해야지. (지역현안에 밝은) 여러분이 잘 아시듯 시장과 지역구 의원의 역할은 다르잖아요. 시정 차원에서는 그럴 듯해 보이는 일도 지역구민 처지에서는 불합리할 수 있고. 그 경험은 제가 빠삭한 것 아시죠?”

오 전 시장의 ‘시정 경험’과 ‘인지도’에 박 전 의원은 ‘토박이론’으로 대항했다.

결국 종로에서 펼쳐지는 ‘공천전쟁’의 향방은 오 전 시장과 박 전 의원의 ‘업적’과 ‘과오’가 어떻게 평가되느냐에 달린 분위기다.

이날 유세 과정에서도 두 사람은 다양한 지역현안에 대해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오 전 시장은 자신이 재임 시절 정리한 ‘신설동 로터리’가 “동네를 훤하게 만들었다”고 자평했고, 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의 반대에 맞서 자신이 관철한 ‘혜화고가도로 철거’가 “지역구민들의 숙원을 해소했다”고 강조했다.

과연 과거의 기록은 오 전 시장과 박 전 의원, 누구의 도약대가 될까, 평가는 주민들이 내릴 터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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