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결정적한마디] 정의화, ‘쓸개’를 씹는 대신 ‘의회주의’를 되새기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너나 할 것 없이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그동안의 노력은 한순간에 잊혀졌다.

대화와 합의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꿋꿋한 태도에 박수를 보내던 이들도 돌연 ‘굴종(屈從)’의 표상으로 그를 지목했다.

지난 23일 시대의 ‘의회주의자(정의화 국회의장)’는 그렇게 야권의 ‘주적(主敵)’이 됐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치는 처음부터 그런 것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신념을 지키고 관철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정치다.

야권이 자신들의 신념에 어긋나는 법안을 ‘직권상정’ 한 입법부 수장을 원수처럼 대하는 것은 그저 이치(理致)다.


그래도 “국회의장마저 박근혜 정권의 휘하에 들어갔다”는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은 따가울 법했다.

일찌감치 시작됐던 여당의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요구를 갖은 모욕 속에서도 거절했던 정 의장이다.

범인(凡人)이라면 서운하고 또 서운해 피눈물이 났을 터다.

그러나 정 의장은 ‘쓸개’를 씹는 대신(와신상담ㆍ쓸개를 맛보며 복수를 다짐함) ‘의회주의’를 되새겼다.

“(필리버스터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선진 의회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며, 국민에게 반대 의견을 자세히 전달해 서로의 의견을 합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의 한 마디는 그래서 묵직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증명하는 ‘역사적 장면’의 한쪽 편에서, 조용히 흘러나온 오늘의 결정적 한마디다.

yesye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