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누가 한국의 진짜 버니 샌더스 인가?
-출판사 원더박스 "이재명 성남시장, 美 버니 샌더스와 가장 근접한 인물"


[헤럴드경제=박정규(성남)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미국 대선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샌더스의 공식정치 자서전인 ‘버니샌더스의 정치혁명’ 한국어판에 출판사의 요청으로 추천사를 썼다.

이 시장은 추천사를 쓰기위해 원고를 읽어 내려가면서 ‘이 사람은 진짜배기구나”라고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버니샌더스 돌풍이 일자 한국의 정치인은 눈치(?)를 보면서 너도나도 한국의 버니샌더스 라고 주장 하는 ‘촌극’도 빚어지고있다. 

출판사 원더박스 관계자는 "샌더스와 가장 근접한 한국의 정치인은 입지전적인 이재명 성남시장이라고 판단해 추천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버니 샌더스가 걸어 온 길과 그의 정치 혁명에 대해 알게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추천사에 썼다.

■이재명 성남시장 ‘버니샌더스 정치혁명’ 추천사 전문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든 늦가을에 이 책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의 원고를 받아 들었다. 성남시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청년배당 정책을 두고 지난 몇 달 동안 온갖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SNS에서 그 필요성을 설명하느라 다소 지치기도 한 무렵이었다.

미국 대선 뉴스에 종종 등장하기 시작한 정치인 버니 샌더스에 대한 궁금함은 있었으나 사실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민주사회주의자를 표나게 자처해 온 정치인이라는 사실. 무소속으로 벌링턴이라는 도시의 시장과 미국 연방 하원의원, 상원의원을 역임하고 2015 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정도가 내가 가진 사전 지식의 전부였다.

그렇게 궁금증도 해소하고 지친 머리도 식힐 겸 읽기 시작한 원고의 첫 두 챕터를 채 다 넘기기도 전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런 것 이었다. “허, 이 사람 진짜배기구나.”

버니 샌더스는 미국 정치의 아웃사이더이다.

민주, 공화 양당체제에 기대지 않고 무소속으로 활동해 왔고, 많은 정치인들이 시류에 따라 정책을 바꿨지만 일관된 정책과 노선을 40여 년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나이라도 적은가? 퇴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보다 스무 살이나 더 많은 74세의 고령이다. 그런데 이 아웃사이더에게 보수성 강한 미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좀처럼 없던 일이다.

샌더스가 아웃사이더가 된 것은 미국의 비정상적 정치 상황 때문이다.

미국은 1980년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 집권 이후 정치와 경제 모든 측면에서 보수화가 거셌다. 샌더스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상위 1퍼센트가 하위 50퍼센트를 합한 것보다 큰 소득을 올리고 월마트 대주주 집안 하나가 소득 하위 1억 3000만 미국인들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정치라면 이러한 부의 편중에 의문을 제기하고 서민 지원책을 논의해야 할 터인데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흘렀다.

정치권은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 주면서 반면에 아이들과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과 의료비 지원은 줄였다. 최저임금을 인상하자고 하면 경제를 망친다고 으름장을 놓고 복지 이야기를 꺼내면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는 풍토가 횡행했다. 데자뷰! 어디서 많이 본 상황 아닌가?

올해 나는 우리 사회의 최대 취약 계층으로 전락한 청년들을 지원하는 청년배당 정책을 제안했다.

이 정책은 성남시에서 3년 이상 거주한 24세 청년 약 1만 1,300명을 대상으로 하며 1인당 100만 원씩 연간 예산 약 113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정책을 제안하면서 예상은 했지만 곧 거대 언론과 중앙정부의 융단폭격이 시작되었다.

“청년들에 연 100만 원 살포, 해도 너무하는 성남시”라는 사설이 등장하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고 사회적 불평등만 커지는 건 아닌지···.”라며 제동을 걸었다.

기가 막힌 일이다.

이전 정권은 4대강에 22조원, 자원외교에 37조원을 썼는데 청년들 일자리 하나라도 개선되었는가. 청년배당은 그 수천 분의 1에 불과한 예산이 소요될 뿐이고 멀쩡한 국토에 기약도 없는 삽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미래를 짊어진 청년들에 대한 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게다가 성남시가 확보한 청년배당 예산은 빚을 내거나 세금을 새로 걷는 게 아니라 예산을 절감하고 아껴서 자체 재정으로 확보한 것이다. 내가 시장 취임 당시 성남시의 비공식 부채는 약 7285억 원에 달했다. 이를 3년 6개월 만에 거의 다 상환하고 전국 최상위권의 재정자립도를 만든 여력으로 청년들을 지원하겠다는 데도 이 지경인 것이다.

복지는 시민이 낸 세금을 행정이라는 수단을 통해 다시 시민들에게 환원하는 것이지, 애초부터 ‘공짜다 아니다’ 하는 개념 자체가 성립 불가능한 것인데도 말이다.

샌더스는 1972년 처음 공직 선거에 출마했으나 불과 2퍼센트의 득표율에 그쳤고, 1981년 무소속으로 벌링턴 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드라마틱하게도 2위와의 표 차는 단 10표. 당선될 때까지 그에게는 정장 양복 한 벌조차 없었다고 한다. 당선 후 시장 집무를 시작하자 민주, 공화 기존 의원들로 구성된 시 의회는 샌더스가 제청한 각료 임명을 모두 거부한다. 취임 1년이 지나서야 샌더스는 정식 행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어떻게 시장 직무를 수행했는지는 이 책에 소상히 그려져 있다.)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2015년 4월 샌더스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참가를 선언했다. 그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정치 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내가 말하는 정치 혁명이란 그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다. 수천만의 사람들이 정치적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매체의 본질을 바꿔서수많은 사람들의 애로사항과 고통을 다루게 만드는 일이다. (···) 선거운동은 그저 표를 얻고 당선되는 일 이상의 무엇이어야 한다. 사람들을 깨우치고 조직하도록 돕는 일이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정치의 역할관계를 바꿀 수 있다.”

무소속으로서 민주사회주의자로서 거대 정당들로부터 견제당하고 보수 매체들의 공격 표적이 되면서도 샌더스가 꾸준히 선거에 승리한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그는 정치를 평범한 사람들,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희망을 만드는 일로 보았고 진심을 열고 버몬트 주민들을 하나하나 만나면서 필요한 의제에 대해 수도 없이 토론을 거듭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절대 동감이다. 정치가 특별한 것인가. 엘리트들만의 것인가.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인데.

첫 선거에서 2퍼센트를 득표했던 버니 샌더스는 2012년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71퍼센트의 득표율을 올렸다. 남북전쟁 이후 한 세기 이상 공화당의 아성으로 보수색이 강했던 버몬트 주에서 무소속 민주사회주의자가 시장 4선, 하원의원 8선, 상원의원 2선을 연임한 것은 바로 이런 진실한 정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런 진짜배기가 미국 대선전에 뛰어든 것은 미국인들에게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출마 자체가 이미 하나의 정치 혁명이자 새로운 희망의 상징이다.

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버니 샌더스가 걸어 온 길과 그의 정치 혁명에 대해 알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우리나라 청년들이 이 책을 읽고 토론하며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fob14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