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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간의 필리버스터, 무승부 경기서도 ‘손익’은 계산된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무승부로 끝이 난 경기에서도 볼 점유율은 기록되고,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게임의 법칙이다.

반세기 만에 국회에서 펼쳐진 9일간의 필리버스터도 마찬가지다.

결국 테러방지법의 2일 본회의 표결이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여야가 얻은 것은 제각기 달랐다.

▶與 ‘민생ㆍ경제’ 프레임 지키고, ‘불통ㆍ내분’ 오명을 쓰다=우선 여당은 필리버스터 정국을 통해 민생ㆍ경제라는 총선 프레임을 자신들의 것으로 지킬 수 있었다.

테러방지법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지정(직권상정)한 이상 어차피 굴러들어 올 ‘호박’이었다.

이번 사태의 손익계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반면 민생ㆍ경제 프레임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한정판 상품’이다.

실제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뒤늦게라도 총선 역량을 ‘이념’이 아닌 ‘경제’에 집중하고자 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심했다.

민생ㆍ경제 프레임의 핵심은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불황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느냐에 있다.

“야당의 법안 발목 잡기로 민생ㆍ경제 살리기 적기대응이 불가능했다”고 외쳐온 여당으로선, 야당의 필리버스터 탓에 선거구 획정안과 테러방지법의 막판 통과마저 지연됐다는 ‘쐐기’를 박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더민주는 ‘유능한 경제정당’이라는 프레임으로 총선 임하려 하는데,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국정을 발목 잡았다는 인상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당은 ‘불통’의 이미지와 ‘내분’이 강화되는 실(失)도 떠안게 됐다.

과거 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로부터 고문을 당한 야당 의원(은수미ㆍ정청래 등)들이 10시간 넘게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원안 고수’만을 강조,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공천일정이 지연되면서 ‘살생부 파동’ 등 상향식 공천정신에 위배되는 소동이 벌어진 것도 여당에는 큰 부담이다.

▶野 선거 전 지지층 ‘총결집’, 김종인 ‘독단’은 의구심 남겨=야권은 여당의 민생ㆍ경제 프레임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지지기반을 선거 전 총결집시켰다는 데에서 필리버스터 정국의 의미를 찾는 모양새다.

보수색채가 강한 중앙일보의 자체 설문조사(홈페이지 온라인투표)에서도 필리버스터 찬성 비율(85%, 10만6487명)이 반대 비율(15%, 1만8578명)을 압도할 정도로 유권자들의 응원 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더민주와 정의당 등 필리버스터를 주도한 쪽에서 특히 강하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자신들이 제안한) 수정안을 더민주가 받지 않으면 (새누리당의) 필리버스터 종결에 협조하겠다”고 말하며 야당 지지층의 외면을 자초, 표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에 모인 국민의 열정과 관심이 고스란히 투표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 종결 결정과정에서 드러난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의 ‘독단’에 대해서는 역풍이 부는 분위기다.

김용익, 배재정, 이학영 등 더민주 의원들은 지난 1일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국민의 지지가 어마어마하다. (필리버스터를) 접는다는 것은 그 지지를 다 까먹는 출구전략”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의 길을 왜 따라가나. 중단은 안 된다”고 반발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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