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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국회개혁, 사람보다 구조다
열흘 정도 남겨놓은 19대 국회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가까스로 선거구 획정을 마쳤지만, 만시지탄도 이런 게 없다. 테러방지법을 비롯한 주요 법안을 사이에 두고 여야 간의 힘싸움은 여전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30%대. 이전 국회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다. 그나마 부실, 졸속입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85%를 넘었다. 100점 만점에 42점. 낙제에도 못 미치는 점수다.

그러다 보니 국회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국회심판론이 대표적이다. ‘물갈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싹 갈아엎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맘 때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주장이다. 국회의원이 바뀌면 국회가 나아지리란 기대 때문이리라. 그 결과 17대 국회의 초선비율은 68.9%나 됐고, 18대는 52.8%, 이번 19대는 49.7%였다. 거의 절반 이상의 국회의원이 매번 물갈이된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국회의원이 바뀌어도 국회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떤 조직에 문제가 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성원을 바꾸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곳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구조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국회의원 구성을 보자. ‘바꿔보자’는 유권자들의 요구는 초선의원이 절반이나 되는 국회를 탄생시켰다.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초선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국회의 전문성과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회한 정부 관료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의욕은 넘쳐나지만 일머리는 부족할 때 무리한 발언과 돌발행동이 나오게 마련이다. 국회에 실망한 국민이 일 잘하라고 새 인물을 뽑아주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국회가 유능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초선과 재선이 지배적인 의원구성은 당론(黨論) 정치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당론정치의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자율성에 기반한 대화와 타협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은 독자적인 헌법기관으로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당론과 다른 발언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자율성이 약한 초재선 의원들에게 당론과 배치되는 발언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국회도 제 역할을 하려면, 재선과 3선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항아리형의 구성을 갖도록 유권자가 만들어 줘야 한다.

정당구조 또한 국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국회가 여야 간의 정쟁으로 제 역할을 못한다면, 손쉬운 해결방법은 제3의 정당을 키우는 것이다. 여행을 할 때도 2명보단 3명이 좋다는 말이 있다. 둘만 있을 경우 의견대립을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양당구조에서는 여야 간의 의견차이가 심각한 정쟁이나 교착(deadlock) 상황으로 비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적절한 규모의 제3의 정당이 존재할 경우 극단적 대립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써 국회의 대표성도 확대될 게 분명하다.

대권을 둘러싼 선거경쟁에 익숙한 유권자들은 여당 아니면 야당이라는 양자택일을 강요받아 왔다. 국회의원 선거 역시 양자택일의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프레임의 가장 큰 수혜자는 거대여당과 야당이었다. 그들은 선거 때만 되면 뭔가 바꿀 것처럼, 뭔가 달라질 것처럼 약속하지만, 결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을 4년이 지나고서야 깨닫는다. 이러한 양자택일의 프레임을 걷어내고 제3의 선택을 할 때 국회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이 어떤 인물로 바뀌더라도 국회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조의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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