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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가’냐 ‘쓴소리’냐 ‘전핏대’냐 …공천 칼 쥔 3당 3색 경제통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개혁가’냐 ‘쓴소리’냐 ‘전핏대’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 전윤철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장. 3당의 공천권을 움켜쥔 ‘경제통’이다. 경제전문가답지 않게 3명 모두 별명부터 간단치 않다. 칼을 쥐고 피를 묻혀야 할 숙명, 그 숙명과 별명은 묘하게 닮았다. 그러면서도 지난 흔적, 업무 스타일 등에서 미세한 차이도 읽힌다. 3당의 운명을 좌우할 3인 경제통의 3색 공천 칼날이다.

▶청홍검…조조에서 뺏은 명검으로 다시 ‘개혁’ 김종인 = 쇠 베기를 진흙 베듯 한다는 전설의 명검 청홍검은 조운이 조조의 부하 하우은으로부터 뺏은 칼이다. 조조의 명검은 다시 조조를 겨누는 칼이 됐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개혁가’다. 그리고 그는 개혁을 위해서라면 전장을 가리지 않는다. 여도 야도 중요치 않다. 이제 김 대표는 청홍검을 더민주에서 꺼내들었다.

김 대표에 대한 평가는 ‘개혁’, ‘카리스마’로 귀결된다. 거침없다. 이미 공식적으로 공천권까지 요구, 움켜쥔 그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 야권 연대 제안 등을 불과 3일 만에 해치웠다.

총선에서도 박근혜 정부 경제심판론을 앞세웠다. 현 정부 경제정책에 앞장섰던 그가 다시 현 정부 경제정책 심판에 나서는 운명이 묘하다. 역으로 그만큼 적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대표다.

김 대표에 대한 새누리당의 평가도 복잡하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시절을 함께 했던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마음에 안 들면 연락도 없이 회의에 불참하는 스타일”이라며 “더민주에서도 김 대표와 일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한 핵심 중진 의원은 “굉장히 노련하다. 거침없어 보이지만 판세를 읽는 촉이 상당하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라고 귀띔했다.

이미 공천권까지 손에 쥔 만큼 더민주 내에서도 현재까진 잠잠한 기류다. 카리스마와 독단,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며 당내 반발을 잠재우는 김 대표다. 


사진 왼쪽부터, 이한구, 김종인, 전윤철

▶쌍고검…친박ㆍ비박 두 칼 손에 쥔 ‘쓴소리’ 이한구 = 유비가 애용한 쌍고검은 날렵하면서도 예리한 쌍검이다. 친박, 비박계의 운명을 모두 움켜쥔 이한구 위원장의 두 칼이다. 이 위원장은 자타공인 엘리트 경제통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출신으로 이회창 총재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에 오를 때 정책위의장을 맡은 후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린다.

이 위원장에 꼭 따라붙는 별명은 ‘미스터 쓴소리’다. 박 대통령 경제정책에 깊이 관여했지만, 현 정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감추지 않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를 정면 겨냥해 창조경제와 4대 구조개혁을 비판하는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61쪽에 달하는 자료다. 할 말은 한다는 이 위원장의 스타일이다.

이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으로 임명된 건 친박계의 요청이 컸다. 이 위원장 역시 친박계로 분류되지만, 친박계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분위기다. 총선 불출마 선언 이후 이 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질이 부족한 의원에게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완성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현역 의원에 대한 강한 불신이다. 공관위원장이 된 이후에도 “양반집 도련님”, “월급쟁이 국회의원” 등 날선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계파를 떠나 현역 의원에 대한 불신이다. 당 내에서도 “현역 저승사자 같다. 친박계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위원장은 김 대표와도 인연이 있다. 박근혜 캠프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두 ‘꼬장꼬장’한 경제통은 서로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이 이원장은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를 향해 “개념조차 모호한 표현”이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장팔사모…구불구불한 듯 묵직한 창을 잡다 ‘전핏대’ 전윤철 = 장비의 장팔사모는 뱀처럼 길게 휘어진 창이지만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묵직한 창이다. 창 모양만 보고 속단하면 안 된다. 묵직하게 찌르는 무게감이 숨겨져 있다.

전윤철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장관급 이상 정무직만 6차례를 지내 ‘직업이 장관’이란 소리도 나온다. 김영삼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대통령 비서실장, 경제부총리, 감사원장 등 굵직한 요직을 맡았다. 정권 교체 파고 속에도 연이어 중용된 전 위원장이다.

처세에 능한 인물로 비칠 수 있지만, 성품은 정반대란 평가다. 하도 호통을 치고 고언을 감추지 않아 생긴 별명이 ‘전핏대’다. 공관위원장 임명 후 첫 회의에서도 “청와대 비서실장을 할 때에도 원칙에 맞지 않는 건 대통령에게도 승복하지 않았다”며 엄중한 공천을 예고했다.

당내 평가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당 한 핵심 의원은 “야권에선 유명한 인물”이라며 “원칙주의자로 융통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편법을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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