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 막말과 찌라시 파동은 무원칙 공천 때문이다
여야 모두 공들여 마련한 ‘게임의 규칙’이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원칙’과 공천제도특별기구가 오랜 논의 끝에 만들어낸 공천룰이 원본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 끝에 만들어놓은 시스템 공천 중심의 공천 혁신안이 무의미하게 됐다. 더민주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새누리당에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사실상 공천의 전권을 움켜쥐었다.

모두 실리를 앞세웠다. 총선 승리를 위한 정략적 판단과 시간이 빠듯한 선거 일정을 명분으로 했다. 실리가 명분과 원칙을 집어삼켰다.

그 대가는 가혹하다. 당장 여당에선 살생부와 여론조사문건유출에 이어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의 막말 녹취록 파동이 이어졌다. 국민의당까지 포함해 공천 불복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낙천자들의 탈당 후 출마로 자칫‘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는 선거가 될 수도 있다. 여당은 계파전에, 야당은 통합 및 연대 논의로 정책대결은 기미조차 안 보인다. 공천룰이 흔들리고 선거구 획정까지 늦어져 유권자는 후보도 모르고, 공약도 모르고, 자기 동네 지역구조차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가 돼 가는데, 무소속 후보까지 난립하면 상황은 최악이다. 

새누리당의 막말과 ‘찌라시’ 파동은 무원칙 공천의 적나라한 결과물이다. 룰을 세우고 그것을 그대로 적용ㆍ운영하면 될 일인데, 원칙이 파기되니 계파가 개입하고 사람이 좌지우지 한다. 녹취자와 통화상대 등 진상이야 조사해봐야 하겠지만,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은 특정 계파와 특정인이 좌우하는 무원칙 공천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종편채널의 9일 보도에 따르면 윤 의원은 지난 27일 누군가와 “(김무성 대표를) 내일 쳐야 돼. 내가 A형한테다가, B형 해 가지고 ○○○이 하고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어”라고 했다. 앞서 공개된 녹취록에선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이 XX. 다 죽여, 쏙아내라고”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통화상대 뿐 아니라 대화 중 언급한 A형, B형이 모두 친박계 핵심 의원이나 인물이다. 윤 의원이 잘 알려진 대로 ‘실세’라면, 공천이 원칙대로가 아니라 특정 계파의 이해와 특정인의 복심에 강하게 영향받고 있다는 사실이 일부 증명된 셈이다.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다. ‘싸움’이 있으니 ‘타협’이 있는 것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데 갈등과 이해가 없을 수 없고, 그래서 정치가 있는 것이다. 싸움이되 룰에 의거한 싸움이다. 규칙에 따른 싸움은 스포츠이지만, 규칙없는 싸움은 서로 물고 뜯는 ‘개싸움’에 불과한 것처럼, 원칙없는 정치는 정치가 아닌 구역다툼과 협잡에 불과하다.

10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경선 지역 및 공천 결과를 발표한다. 원칙이 없으니 혼탁한 정국에 떨어진 또 하나의 폭탄이 될 수 밖에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 공천. 그 공천에 의해 뽑힌 후보. 20대가 국회가 벌써부터 걱정된다. 


su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