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의 ‘고사(枯死)작전’에 꼼짝없이 휘말린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를 뒤덮은 ‘표현’의 범람이다.
우선 옛 친이계로 분류되는 임태희 전 의원이 입을 열었다. 컷오프(공천배제)를 당한 뒤다.
그는 “유승민 의원의 처리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부당한 공천에 침묵하면 같은 일이 4년 뒤에도 반복될 것이기에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틴 니묄러 목사의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라는 시가 얼핏 떠오르기도 하지만, 뒤늦게 유 전 원내대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혐의도 온전히 벗기는 어렵다.
다음으로는 언론에서 친유(親유승민)계로 불리던 김상훈 의원이 말문을 열었다. 예상외의 독설이 나왔다.
“공천 파동의 진원지는 유 전 원내대표였다”, “의도치 않게 희생된 의원들이 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도록 했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이미 공천이 끝난 뒤 나온 ‘관전평’이다. 의미와 힘이 빠진 말은 허공에서 흩어졌다.
반면 중요 국면마다 “오늘이 결단의 날”이라며 비장함을 내보였던 친박(親박은혜)계는 오히려 침묵이다.
“유 전 원내대표 에 대한 질문은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그분이 그렇게 중요한가”, “…”
이게 곧 전략이다. 말라죽을, 혹은 말려 죽일 꽃 앞에서는 굳이 떠들 필요가 없다. 침묵으로 ‘심사숙고’를 가장할 수도 있으니 금상첨화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자기 정치의 그림을 그리는 유 전 원내대표가 만들어 낸 탁류이자, 대한민국 여권의 ‘오늘’을 반영하는 거대한 한마디다.
이제 결심의 순간 앞에 선 그는 이 홍수의 흐름을 어떻게 바꿀까. 한 사내의 입에 온 유권자의 시선이 쏠리는 2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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