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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 朴 위해 바꾼 당헌, 5년 뒤 ‘친박’ 족쇄?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구성원 전원이 일괄사퇴하고 원유철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그러나 새누리혁신모임(이하 ‘새혁모’)등 당내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최고위는 해산했으나 이를 대체할 비대위가 구성되지 못함으로써 새누리당은 초유의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졌다.

그 배경에는 새누리당 당헌이 있다. 제 9장 113조는 ‘대표최고위원이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대위는 전국위원회(1000인 이내) 의결을 거쳐 당대표 혹은 당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하고 비대위원은 상임전국위(100인 이내)의 의결을 거쳐 비대위원장이 임명한다. 비대위가 설치되면 최고위는 즉시 해산되고 비대위가 최고위의 기능을 수행한다. 

박근혜 대통령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의결한 2011년 12월 15일 한나라당 의원 총회에서 황우여 전 교육부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새혁모에서 원 비대위 체제를 반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총선참패 책임이 큰 친박계 당지도부의 일원이 비대위를 맡을 수 없다는 것이 그 하나다. 또 원 원내대표가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한 후 비대위원장 자리를 이양한다고 해도 전국위원회를 두 번 열어야 된다는 이유도 제기됐다. 며칠 뿐인 시한부 비대위원장을 위해 수백명이 모이는 전국위를 두번이나 연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결국 총선참패책임론과 함께 당헌이 원 원내대표의 비대위 체제를 무산시킨 것이다. 그런데 친박 비대위체제의 족쇄가 된 당헌은 5년전인 지난 2011년 12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의 ‘박근혜 비대위 체제’를 만들기 위해 개정한 것이다. 그 전 당헌엔 비대위 설치 규정이 없었다. 당시 서울시장 재보궐 패배 등으로 분열과 위기에 빠진 당시 한나라당을 구출할 ’박근혜 호‘를 출범하기 위해 당헌까지 바꾼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선출마 길을 틔워주기 위해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도 손을 봤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려면 1년 6개월 전에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에 비대위원장은 예외로 둔 것이다(제 93조).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만들어진 ‘비대위법’이 5년 후 ‘친박’ 비대위 출범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총선참패와 낙선 등으로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주요 잠룡들의 힘이 빠진 상황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고 ‘깜짝스타’가 되면 당권ㆍ대권 분리 예외 규정에 따라 단번에 새로운 권력의 축으로 떠오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2011년 박 대통령이 전권을 가진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이 심화됐던 상황이 5년만에 되풀이될 가능성이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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