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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 ‘용단’과 ‘걸림돌’ 사이, 서청원을 향한 의문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비켜줘서 고맙다”는 말은, 앞길을 가로막고 있던 누군가에게 하는 인사다. 애초에 그가 나의 행보에 방해가 되지 않았더라면 감사를 표할 이유가 없다. 이치랄 것도 없는 당연지사다.

그래서 서청원 의원을 향한 새누리당의 “고맙다”는 인사는 의아했다. 8일 내내 이어진 감사 릴레이의 포문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열었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야당에 국회의장을 양보하겠다”고 깜짝 발표를 하며 “서청원 의원이 물꼬를 터주셨다”고 거듭 공치사를 했다.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역시 “서 의원의 용단에서 (양보의 결단이) 비롯됐다”는 말을 반복했다.

당초 의장 도전 의사를 표해왔던 서 의원이 후보 출마를 포기하면서 새누리당이 야당에 대승적 양보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이어진 공식 논평에서도 “서 의원의 자기희생 정신은 새로운 정치문화의 디딤돌이 됐다”고 평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여야 3당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 6자 회동자리에서 “최다선(8선)인 서 의원이 의장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해 더불어민주당이 자동으로 의장을 하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상 원 구성 법정 시한 위반의 원인이었던 ‘국회의장 줄다리기’의 배경에 서 의원이 있었음을 여야 모두가 암묵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지난 열흘간 지속된 교착상태가 서 의원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는 말을 거듭하며 “집권 여당 인사가 의장을 맡는 것이 좋겠다는 원칙을 견지하며 협상에 임했지만, 현실적으로 야당에 양보하지 않는 한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서 의원이 스스로 걸림돌 되기 싫다고 말해 물꼬를 터주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감사 인사와 해명이 하루 사이에 수차례나 반복된 것이다. 유력한 의장 후보였던 서 의원이 새누리당의 국회의장직 절대 사수의 이유가 아니었다면, 도대체 그의 한 마디에 꼬인 정국이 풀릴 이유는 무엇이고, 그에게 감사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저 당 최고 어른에게 보내는 ‘예우’라기엔 새누리당의 호들갑이 석연치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과 같다’고 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알 수가 없어지는 국회다.

yesyep@heraldcorp.com



<사진>서청원 의원을 향한 새누리당의 ‘감사’는 그저 예우일까, 그가 원 구성 협상의 걸림돌이었다는 방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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