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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탄 과징금 부과 뒤 감면..공정위의 ‘이상한’ 관행, 감사원에 적발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공정거래 위원회가 폭탄 과징금을 부과한 뒤 대폭 감면해주는 방식을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감사원에 의해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 감사에서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절차에 초점이 맞춰져 과징금 감면 과정에서 기업의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못했다.

감사원은 9일 공정거래업무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12년 1월~2015년 7월 사이 약 3년 6개월간 147개 사건에서 695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5조241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3차례의 조정 과정을 거쳐 절반이 훨씬 넘는 2조9195억원을 감면해줬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징수한 과징금은 2조3222억원에 그쳤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기본 과징금을 과도하게 높게 산정한 뒤 조정 과정을 거치며 과징금을 대폭 깎아주는 유형의 수법을 써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기본 과징금은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에 따라 관련 매출에 차등 적용되는 부과기준율을 곱해 산정된다. 공정위는 695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때 70.7%인 466개 사업자에게 위반 정도가 가장 높은 수준인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업체에 부과된 과징금은 가장 강도가 높은 액수인 경우가 많았다.


공정위는 그러나 과징금을 크게 부과한 뒤 3차례 조정과정을 거치며 과징금을 자의적으로 줄여준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공정위는 3차례 조정 과정을 거치며 과징금 확정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3차 조정에서 기본 과징금의 33%인 1조7305억원을 줄여줬다.

감사원은 공정위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과징금 감액 기준을 적용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과징금을 부과할 때 위반행위 내용, 기간, 부당이익 규모 등을 참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시행령에는 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과징금 감면 사유가 추가돼 있다. 법에는 없지만 시행령에는 현실적 부담능력, 시장여건 등을 고려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공정위는 고시를 통해 50%를 초과해 과징금을 감액할 수 있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공정위가 법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시행령이나 고시를 과징금을 자의적으로 줄여주는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부분에 대해 공정위가 자의적 해석으로 재량권을 남용해 과징금을 감면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이 파악한 결과 조사 대상 695개 사업자 중 171개 업체가 처음 부과된 과징금의 절반 이상으로 과징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과징금 감면 과정에서 사업자별로 감액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고, 이미 감경 사유가 참작됐는데 같은 감경 사유로 과징금을 또 줄여주는 행태를 저지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또한 2012년∼2015년 열린 전원회의 사건 644건 중 과징금 50억원 이상인 사건 56건의 회의록을 조사한 결과 속기록도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조사를 방해한 기업에 대해 고발이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3년 6개월간 조사를 방해한 7개 사업자에 대해 고발조치를 하지 않고 2건에 한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한 사실도 밝혀졌다.

공정위는 기업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중요한 정보를 누락하는 방식으로 부채비율 200%를 초과한 지주회사에 대한 과징금을 면제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과징금이 감액되는 과정에 기업의 로비가 작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과징금 부과 절차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기업의 로비 여부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16건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2명에 대해 징계, 5명에 대해 주의를 요구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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