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비대위원장은 1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월요일 정례회의를 거쳐 지난 화요일에는 당 지도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를 했다. 비대위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오늘은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하태경 의원(부산시당 혁신위원장)으로부터 ‘활동보고서’를 전달 받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새누리당 부산시당이 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가 담겼다.
김희옥 새누리당 비대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부산시당 혁신위에서 제출한 새누리당 총선 참패 평가보고서를 전달 받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해당 조사에 따르면 부산시민들은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당 지도부의 공천 파동’을,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대국민 사과를 넘어선 ‘당 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일고 있는 무소속 당선자 7명의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전당대회 전 전원 복당시켜야(35.6%)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전원 복당은 반대, 선별적 복당시켜야(27.5%), 전당대회 후 다시 논의해야(26.2%) 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하 의원은 보고서 전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의 ‘계파 청산’을 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계파 청산 선언만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66%에 달했다”며 “공천이 너무 늦게 이뤄져 그 과정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단결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다. ‘비대위에 혁신도 없고 비상함도 없다’는 비판을 자각해서라도 뼈를 깍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새누리당의 ‘텃밭’에서 “혁신의 첫 신호탄으로 무소속 당선자 복당 작업을 늦춰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감지된 셈이다.
그러나 비대위는 난감한 모양새다. 당내 주류인 친박계 대다수가 비대위의 무소속 복당 결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정해지고 당 골격이 갖추면 그때 복당 문제를 논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비대위가 이 문제 논의한다고 한 것 같은데 결국 차기 당대표 최고위원들에 넘겨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친박계 재선인 이장우 의원 역시 “복당 문제는 비대위가 논의는 할 수는 있지만 결론 낼 수는 없다”며 비대위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대위 구성 당시 “혁신에 관한 전권을 위임하겠다”던 정진석 원내대표의 약속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비대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부인사는 사실상 당내 권력 구조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내부인사는 친박이 우위에 서 있는 구조”라며 “일광 복당 허용이든 선별 복당이든 비대위가 과감히 토론하고 결론을 내는 모습을 보여야 허수아비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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