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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우병우 ‘침묵 장막’으로 비호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새누리당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두고 입장을 정리하기보다 침묵으로 균열을 봉합하고 우 수석을 감싸는 쪽을 선택했다. 우 수석 사퇴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청와대와, 청와대의 뜻을 따라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정현 당 대표의 의견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2일 이른 아침부터 3시간에 걸쳐 긴 회의를 가졌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통령과 정부에 주는 부담감을 고려해 자연인 상태에서 자신의 결백을 다투는 것이 옳을 것”이라며 ‘소신발언’을 한 뒤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다. 정치권은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 ‘투톱’이 우 수석 거취와 관련해 균열을 보여 이날 회의에서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3시간 동안 “우 씨 성을 가진 사람 얘기는 아무도 안 했다”고 정 원내대표는 전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지도부가 이견을 정리하기보다 균열을 단순 봉합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우 수석 거취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다.

이후 이어진 의원총회와 전당대회 주자들 오찬에서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정현 체제 출범 후 맞는 첫 의총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지만 우 수석 논란도 불거졌다.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의원들 사이 우 수석 사퇴론과 옹호론이 맞섰지만, 우 수석을 수사 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해선 일제히 비판하는 분위기였다고 알려졌다.

특히 헌법학자 출신 정종섭 의원이 단상에서 “이 특별감찰관의 수사 의뢰는 우 수석의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 감찰관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조원진 최고위원은 전했다. ’강성 친박‘으로 꼽히는 조 최고위원은 “우 수석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들이 서로 좀 다르다. 당내 의견 조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한편 우 수석 사퇴를 강하게 주장하던 비박계 의원들도 대외적으로는 수위를 낮추는 모습이었다. 하태경 의원은 의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우 수석이) 죄 없는 사람이고 억울하다고 하지만, 언론과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사퇴가 아니라 (우 수석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혐의가 없으면 직무 복기하고, 검찰에서 기소하면 사퇴하는 절충안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지도부 내 유일한 비박계 구성원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문제가 있으면 얘기한다”면서도 “(민정수석 신분으로 공정한 수사가 어려운 부분은) 조금 기다려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날 이정현 대표와 오찬을 가진 한선교ㆍ주호영 의원 등 당권주자들도 계파 관계 없이 우 수석 거취 거론 여부와 입장 표명에 있어 입을 꾹 닫았다.

새누리당이 우 수석의 검찰 수사와 거취 문제를 두고 신중론을 펴는 이유는 청와대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비판하면서도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는 청와대와 이 대표의 뜻을 예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복심’인 이 대표의 ‘침묵 비호’가 당내로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당의 침묵 기조는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친박계 대선주자로 꼽히는 정우택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공이 검찰로 넘어갔기 때문에, 우 수석 본인이 스스로 거취 문제를 판단해야 된다”고 자진 사퇴를 요구했듯, 청와대와 지도부가 모든 소속 의원들의 입을 단속시키긴 어려우리라 관측된다. 또 이날 더불어민주당에서 우 수석 비리 관련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만큼 새누리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해졌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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