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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주는 동네병원’ 가기 무섭다… 벌써 세번째…C형 간염 집단감염
환자 1만1306명 역학조사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과 올초 강원도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에서도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추정되는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1년 새 C형간염 집단감염이 3차례나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 동작구의 서울현대의원(현 JS의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들이 무더기로 C형 간염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환자는 신경차단술, 통증치료, 급성통증 완화 TPI주사(통증유발점주사) 시술을 받을 때 주사제를 혼합해 사용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건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 서울시 동작구 보건소는 C형간염 유행이 의심되는 기간(2011~2012년)에 문제의 의원을 방문한 환자 1만1306명의 소재지와 연락처를 파악해 C형 간염이나 기타 혈액 매개감염병(B형 간염, HIV, 매독)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오는 25일부터 정밀 역학조사와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앞서 보건당국은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의심된다는 공익신고를 받고 지난 3월말 문제의 의원을 현장 조사했다. 2012년 서울현대의원을 내원한 환자들 가운데 C형간염 검사 이력이 있는 사람 923명 중 항체양성자는 163명으로 나타났다. 항체양성률 17.7%다. 2013년에는 537명 중 항체양성자 71명이었다. 항체양성률은 13.2%다. 국내 평균 C형간염 항체양성률 0.6%보다 최대 30배나 높은 수치다.

항체 양성이란 C형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현재는 바이러스가 사라졌거나 감염 중인 상태를 말한다. 바이러스가 한 번이라도 몸 속에 들어왔을 때 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항체 양성자가 많을수록 현재 바이러스 감염자 수도 늘어나게 된다.

특히 보건당국이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지금까지 이 병원을 찾은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거주하며 5세 아이를 둔 박모(37ㆍ여)씨는 “1년도 채 안 돼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보면서 누가 동네병원을 가겠느냐”며 “정부가 동네주치의를 홍보하던데, 이렇게 되면 가까운 동네병원을 두고 멀더라도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경영이 어려운 동네 병ㆍ의원을 중심으로 ‘비타민 주사’나 ‘미백 주사’와 같은 질병 치료가 목적이 아닌 다양한 수액 주사를 처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주사기로 인한 감염 위험성은 점차 커지는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혈액 감염 관리에 소홀해 후진국형 의료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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