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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北 SLBM 발사성공의 비결? 무서운 정신력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24일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감행했고,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SLBM 기술에 큰 진전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SLBM을 시험발사한 지난 4월 23일과 7월 9일 보여준 SLBM 역량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보름여 만에 급진전을 이뤄낸 셈이다.

우리 군 당국은 원래 북한의 SLBM 기술에 대해 실전 배치까지는 4~5년, 빨라야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북한은 SLBM의 500㎞ 장거리 비행을 성공시켜 이미 실전배치에 임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연 북한을 이렇게 단기간에 급속도로 발전시킨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정신력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대 한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이뤘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탄두가 개량된 KN-08 등 각종 무기를 과시하고 있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이뤘다=북한은 지난 4월 SLBM 발사에서 불과 30여㎞를 비행했고, 3개월 뒤인 7월 발사에서는 10여㎞를 비행하다가 폭발하고 말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내 기술진들은 북한의 SLBM 수준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며 큰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러나 7월 발사 후 불과 한 달 보름여 만인 8월 24일 발사에서는 SLBM이 발사 지점에서 약 500㎞ 거리의 지점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날 SLBM의 높은 발사 각도다. 

통상 SLBM이 발사되면 최대 고도 약 300~400㎞를 유지하며 약 2500여㎞를 비행한다. 그러나 이날은 고도 400㎞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높이 올라가며 추력을 소진한 뒤 500㎞만 비행하고 낙하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1000㎞는 족히 날아갔을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이렇게 발사한 이유는 주변국의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해상에서 발사한 SLBM이 최대 사거리(약 2500㎞ 전후)까지 날아갈 경우, SLBM은 일본 열도를 훨씬 넘어서서 태평양을 향해 날아가게 된다.

이럴 경우 평양에서 약 3500㎞ 떨어진 괌 앤더슨 미군기지는 초비상이 걸리고, 미국 전역이 들썩였을 것이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SLBM의 능력을 국제사회에 한껏 과시한 것은 물론, 발사 각도와 연료 충전량에 따라 사거리를 훨씬 늘릴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효과를 얻었다.

SLBM의 개발 단계는 지상사출, 수중사출, 비행시험, 잠수함 발사를 통한 명중 시험, 실전배치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북한의 SLBM 단계는 이날 발사로 비행시험을 넘어 명중 시험 및 실전배치를 앞둔 것으로 파악된다.

▶소름끼치는 과거의 기억=지금까지 북한 SLBM 능력에 대해 평가절하했던 군 당국은 북한이 현실적으로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일을 해낸 것으로 보고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1998년 사거리 2500㎞ 추정 대포동 1호를 발사했고 2006년 대포동 2호, 2009년 은하2호, 2012년 4월과 12월 은하3호를 발사했다.

군 당국은 대포동 미사일 잔해를 수거해 북한이 미사일을 수작업으로 납댐하는 식으로 제작한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이 더욱 놀라는 점은 북한이 남한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저급한 방법으로 미사일을 제작했는데, 실제 발사하면 기대됐던 기능을 나름 수행한다는 점이라고 한다.

북한 잠수함 역시 우리 군 관점에서는 어떻게 이런 걸 실전에 운용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 잠수함은 현재 우리 군에게 위협적으로 실존하는 존재다.

북한의 아파트 건설 공정에서도 이런 경향은 드러난다. 북한 평양의 과학자 거리에 건립한 아파트는 12시간에 1층씩 공사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아파트 건설에 정평이 난 우리 측 건설사들도 이런 장면을 보고 ‘1층에 1주일은 걸리는 작업’이라며 기막힌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북한의 이런 무모한 도전에 대해 깊은 우려의 시선이 있지만, 북한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내는 위협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은 우리 군에게 또 하나의 고민거리다.

우리 측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가능성이 낮지만, 북한은 총력을 다해 밀어부친 뒤 위협을 느끼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하나의 무기체계를 개발할 때 한 번 성공하면 수개월 후 다시 한 번, 수개월 후 또 한 번, 이런 식으로 지속적인 성능 개량 및 안정화의 과정을 갖는다.

그러나 북한은 해당 단계에 성공할 경우, 그 다음 단계로 무모하게 오직 전진만을 외친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런 일처리 방식을 김정은 지시에 관계자들이 모두 목숨을 걸고 총력전을 벌이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질적으로 열악하지만, 무서울 정도의 ‘헝그리’ 정신이 있다는 것이다.

▶북 SLBM 발사에 국내 사드 무용론 확산 효과마저=이날 발사된 SLBM은 국내에서 논란 중인 사드 무용론에도 불을 지필 전망이다.

국내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가 남부권에서 북측을 향해 레이더빔을 발사하는 상황에서 잠수함에 탑재된 SLBM이 동해나 남해상으로 몰래 들어와 목표물에 대한 기습타격을 하면 현재로서는 대응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대기권역인 고도 100㎞를 벗어나 이날 400㎞ 이상의 고도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낙하한 SLBM은 대기권역 50~100㎞에서 기존 속도와 중력의 힘을 받아 최대 마하 10의 속도까지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고도 30~20㎞ 지점에서 공기 저항 등으로 브레이크 잡듯 속도가 둔화된다고 한다.

마하 7의 속도를 내는 사드의 요격미사일(인터셉터)은 반대방향에서 날아오는 적 미사일이 마하 14 이하의 속력으로 날면 요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SLBM의 최고 속도가 마하 10이기 때문에 사드로 충분히 요격 가능해 보이나, 북한이 SLBM을 북한 해역에서 남쪽으로 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 SLBM의 위협이 현실화된 이상, 군 당국은 수중 킬체인 등 다양한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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