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것은 자신만의 ‘전공경력’을 쌓는 일이다. 가닥은 이미 잡혔다. 새누리당 대표 시절부터 ‘격차해소’를 시대정신으로 강조해온 터다. ‘강경보수’로 고착화한 외연을 확장하고 경제 이슈를 선점하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김 전 대표는 귀환 직후인 30일 오전 국회에서 ‘격차해소 경제교실’이라는 공부 모임을 출범시켰다. 자신이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한 ‘경제대가’ 김종석 의원이 책임연구위원을 맡는 등 인적 기반도 탄탄하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격차해소를 위해서는 한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권 재창출은 속수무책”이라며 우리 사회의 실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격차해소 경제교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저성장 시대의 일본과 한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한 이날 강연에는 강석호ㆍ김용태ㆍ김학용ㆍ이은재ㆍ이종구ㆍ정병국 의원 등 비박(非박근혜계)계가 대거 참석해 여전한 세(勢)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정현 당 대표 등 친박(親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한 가운데, 김 전 대표가 소외된 비주류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비박계 사이에서는 최근 이 대표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성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새누리당의 진정한 혁신과 쇄신을 바라는 국민의 뜻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추대하려는 친박계의 움직임이다. 수적으로도, 권력구도에서도 우위에 선 친박계의 의중을 물리치기에는 비박계의 힘이 일천하다. 최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출되면서 ‘제3지대론’이 탄력을 받고 있지만, 김 전 대표가 앞장서 당을 이탈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 결국, 지금처럼 정석을 따르며 당 지도부가 ‘헛발질’로 명분을 제공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성태 의원은 이에 대해 “정치사를 돌아보면 대선을 앞두고 일부 집단이 헤쳐 모이려는 시도가 많았다”며 “그러나 당시 이인제ㆍ손학규 후보는 실패했다. 새 판 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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