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6분간 이어진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놓고 대립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양국관계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오전 8시 26분 정상회담이 열리는 서호 국빈관에 도착한 박 대통령을 맞이한 시 주석은 G20이 열리는 도시 항저우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인연을 언급하며 화기애애하게 회담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 역시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정작 회담에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다소 차가워졌다. 시 주석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요소가 증가하고 있다며 “중ㆍ한 관계가 올바른 궤도에서 안정되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ㆍ북핵 문제를 언급하면서 양국 관계의 갈등 요인인 사드에 대한 바람을 내비친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반대를 직접 거론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급히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조율했지만 결국 정상 간 만남에서도 사드 문제를 집고 넘어가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꺾진 못한 것이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사드 배치 반대 발언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3일 열린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에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4일 열린 비즈니스서밋(B20) 개막연설에서는 “각국의 안보는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지난 시기의 냉전적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고 말해 사드를 ‘냉전적 사고’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사드 문제를 미ㆍ중 간 전략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이 문제를 당사국인 미국과 한국 모두를 상대로 전선을 펼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시 주석은 이미 사드 배치 반대를 강경하게 대외적으로 입밖으로 꺼낸 만큼 이를 거둬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이 얼마나 강경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는 건중국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은 중국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강력한 친한 정책을 펴왔는데 관계가 파국을 맞게 되면 자신의 정책이 잘못이었다는 걸 자인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중국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북핵불용,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로서는 북핵공조의 끈을 다시 바짝 쥐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부분이다. 이는 중국이 불만이 있는 사드 문제와 북핵ㆍ북한 문제는 구별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자국에서 펼쳐지는 G20이라는 최대 외교무대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커지는 것은 막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으로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자신들도 찬성한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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