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처리를 마친 국회는 5일 본격적으로 정기국회 국면에 돌입한다. 첫날부터 여야는 재차 현안으로 맞붙었다. 이날 상임위 중에선 외통위와 농해수위가 ‘전장(戰場)’이 됐다. 외통위에선 야권이 제시한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 및 재협상 결의안이 논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모두 당론으로 정한 사항이다. 김경협 외통위 더민주 간사는 “여야 협상이지만 여당은 청와대의 뜻에 맞추기 때문에 사실상 청와대와 협상하는 것”이라며 청와대를 직접 겨냥했다.
이날 전체회의를 개최한 농해수위 역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야권이 정기국회 주요 처리 과제로 정한 현안으로, 새누리당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 김재수 장관 후보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야권은 청와대의 임명 강행에 반발, 해임건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교문위 역시 조윤선 후보자 임명 강행이 뜨거운 감자다. 누리과정 예산 처리 과정부터 파행을 거듭한 교문위는 정기국회 내내 대치 국면이 예고된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 “국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렸는데 (청와대가) 임명해버리면 인사청문회는 하나마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는 8~9일에는 기재위와 정무위가 구조조정 책임 규명 청문회를 개최한다. 해외체류 중으로 행방이 묘연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출석 여부가 관건이다. 홍 전 회장마저 출석하지 않으면 ‘최종택(최경환ㆍ안종범ㆍ홍기택)’ 증인 채택이 모두 불발되는 만큼 야권의 공세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나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등 검찰 수사 중인 핵심 증인도 대거 출석한다. 이들의 ’입’도 국회를 뒤흔들 ‘뇌관’이다.
오는 12일에는 안행위에서 백남기씨 청문회를 연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이 출석, 사고 당시 경찰 책임 등을 진술한다. 운영위는 우 수석 출석이 관건이다. 야권은 우 수석이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면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우 수석을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불출석이 어렵지 않겠냐”며 우 수석 출석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 내 중론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게 걸림돌이다.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에 반대해 ‘보이콧’을 강행, “우리의 힘을 확인했다”고 자평한 새누리당이 이미 한차례 경험을 발판삼아 정기국회 내 다시금 실력행사에 나설 수 있다. 이번엔 한발 물러섰던 정 국회의장이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킨 만큼 정 국회의장 역시 재국면에선 ‘강대강’ 구도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상수ㆍ유은수 기자/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