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진 박 대통령과의 한ㆍ러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직접 언급 없이 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책임있는 정부라면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강구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우회적으로 밝혔지만,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핵 문제가 동북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ㆍ정치의 긴장 완화의 틀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언급하는데 그쳤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
이는 러시아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발표 이후 중국과 함께 반발하면서 미사일 부대 극동지역 배치를 거론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보이던 것과 사뭇 다르다.
러시아는 그동안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전세계 차원에서 이뤄지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전략의 일환이라면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지역의 안보균형을 깨뜨리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러시아의 태도 변화 배경에는 우선 푸틴 대통령이 각별한 공을 기울인 동방경제포럼(EEF)에 주빈으로 초청한 박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이 국내정치적 관점에서 사드에 대해 언급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언급 자체가 없었다는 것은 한국 입장을 그만큼 배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러시아 측이 이번 한ㆍ러 정상회담의 초점을 극동ㆍ시베리아 개발과 관련한 한국의 협력에 두고 있었던 만큼 굳이 사드 문제를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 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총 24건의 경제협력 관련 양해각서를 교환했고, 한-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자유무역협정(FTA) 협의도 추진키로 하는 등 경제협력을 가속화했다.
이와 함께 강대국 특유의 외교 형태라는 분석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전세계적 차원에서 미국에 대응하면서 러시아가 유럽을, 중국이 아시아를 담당하는 형태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며 “이미 체코와 폴란드 등 유럽지역에서 미국과 MD 갈등을 겪었던 러시아 입장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는 중국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다”고 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