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초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협치의 기대가 컸다. 20대 국회는 개원 단 14일 만(6월 13일)에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했다. 역대 최단 기간이다. 같은 날 열린 개원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건 화합과 협치”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100일 협치의 ‘절정’은 사실상 이날이었다. 이후 20대 국회는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다.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 책임론,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 정체성 논란,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인다.
당내 위기는 협치의 폭을 좁게 만들었다. 6월 29일, 리베이트 의혹 후폭풍으로 안철수ㆍ천정배 국민의당 대표가 사퇴하면서 3당이 모두 비대위 체제에 돌입했다. 말 그대로 ‘비상대책국회’가 된 셈이다. 100일 동안 20대 국회는 단 한 차례도 3당 대표 회동을 갖지 못했다. 비대위 국회의 한계다.
내홍을 겪는 각 당은 외부에는 더 서슬 퍼런 날을 세웠다. 37일째인 7월 5일 20대 국회는 첫 대정부질문을 맞이했지만, 황교안 국무총리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 고성이 터졌고, 결국 정회를 거듭하는 파행을 겪었다. “당신이나 잘해”, “한심해 죽겠다”는 등 원색적인 비난이 오갔다.
사드 논란도 20대 국회를 관통했다. 여야의 팽팽한 대결 끝에 긴급 현안 질문(7월 19일)까지 열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여야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더민주, 국민의당 간에도 정체성 논란이 불거지는 등 3당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혼란은 가중됐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는 협치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청문회 증인 채택, 추경안 실효성 논란 등으로 3당 합의는 ‘합의’란 말이 무색하게 족족 무산됐다. 여당이 곳곳에서 ‘보이콧’을 놓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정세균 국회의장 발언을 문제 삼아 처리 당일까지 여당이 의사일정을 거부하면서 헌정 사상 최초로 추경 처리 무산 위기까지 거론됐다. 추경안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 38일 만에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개원 96일째다.
개원 99일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열렸다. 추경안 처리 공방의 여진이 남은 국회는 이날 역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여당은 “명연설”이라고 극찬했고, 야당은 “대통령 생각만 전파한 ‘아바타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여당도 “근시안적 반응”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100일째인 6일은 추미애 더민주 대표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전날 야권의 혹평 공세를 감내한 새누리당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전날 이 대표의 연설이 끝난 후 “박수는 마지막에 몰아서 한 번만 쳐달라”고 당부했다. 각 정당의 박수 신경전을 염려한 발언이다. 품격 높은 연설 내용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박수 소리로 경쟁할 것을 우려한 국회의장, 축하 대신 우려가 앞선 20대 국회 ‘백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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