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표를 얻기 위한 경솔함, 철마다 돌아오는 선거용 간담회는 안 된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은 자신이 했던 약속도 휴지조각을 만든다고 비웃는다”던 이정현 대표의 ‘일갈’(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결국 스스로를 향한 화살로 돌아온 셈이다.
특히 총 53건의 실천법안에는 ▷경력단절여성 취업지원 서비스 제공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초등돌봄교실 운영 확대 등 서민과 여성을 위한 복지법안이 다수 포함돼 있어 ‘민생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 개원 100일째인 6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실천법안으로 내걸었던 53개 법안 중 실제 발의된 법안은 단 27개뿐이다. 이 중 6건을 야당 의원이, 5건을 정부가 발의한 것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의 법안 발의 성과는 16건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은 총선 14일 전인 지난 3월 31일 비례대표 후보 19명으로 구성된 ‘소통 24시 365 공약실천단’을 발족, “실천법안 53개를 20대 국회 개원 100일 이내에 모두 발의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한 바 있다. 김정훈 당시 정책위의장은 총선 직후에도 “차기 당 지도부가 구성되는 대로 초ㆍ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공약실천단을 확대ㆍ개편해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재차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약속은 언제나처럼 ‘물거품’이 됐다. 앞서 새누리당의 발의 성과로 집계한 16건의 법안마저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허점투성이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법안 16건 중 공약실천단 소속 비례대표 당선자가 발의한 것은 단 2건(김순례 의원ㆍ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복지진흥원 설립 관련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안, 조훈현 의원ㆍ체육인복지 및 체육원 설립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나머지 14건 중 8건은 노동개혁법 같은 당론발의 법안이었고, 6건은 공약실천단 소속이 아닌 지역구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아울러 ‘공약실천단의 확대ㆍ개편 및 추가 실천법안 발굴’ 약속 역시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정책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원장 신분으로 당시 공약실천단에서 활동했던 김종석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급하게 바뀌다 보니 연속성이 떨어진 것 같다”며 “공약 이행의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4ㆍ13 총선 참패 후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면서 공약 추진 동력이 상실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유철 당시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활동을 지속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책임방기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런 가운데 ▷가맹사업자 보호를 위한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 ▷면세점 특허기간 연장(현행 5년→10년) ▷성폭력ㆍ성매매ㆍ가정폭력 등 강력범죄 피해자의 주민번호 변경 허용 ▷EBS-2TV 조기 방송을 통한 사교육비 절감 등 민생법안은 모두 사장됐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파기된 공약에 대한 이행 재개는 당 정책국에서 이어가는 것이 맞는 듯하다”며 “이제라도 당 차원에서 공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지켜보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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