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문제로 최근 우리와 갈등을 빚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의 ‘현대판 황제’로 불리고 있다. 옛 중국 황제들이 즐겨 먹었다는 잎새버섯 요리를 좋아한다거나 외국정상을 접견할 때 100m가 넘는 래드카핏을 혼자 걷는 것을 거론하며 시진핑을 시황제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 시진핑에게 한반도의 사드배치는 절대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비쳤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미국은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했고,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의 대통령, 그러니까 민주국가의 황제와 같은 위상을 유지해 왔지만, 이제는 더는 그것을 용납치 않겠다는 게 시진핑의 의도인 것 같다.
중국과 보조를 맞추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 역시 ‘현대판 짜르’라고 불린 지 오래다. 백마타고 엽총들고 사냥하는 그에게 ‘푸짜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1952년생으로 KGB(옛 소련 비밀경찰) 출신인 푸틴은 20여 년째 광대한 러시아를 꽉 틀어쥐고 통치하고 있다. 6대 총리ㆍ3대 대통령ㆍ4대 대통령ㆍ10대 총리에 이어 현재 6대 대통령, 총리와 대통령을 번갈아 맡아가며 옛 소련의 부활을 꿈꾸는 푸틴은 우리 대한민국에 매우 버거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또 어떤가? 2006년 총리를 역임하고 다시 2012년부터 6년째 총리와 집권당 총재를 겸하고 있는 아베는 역대 어느 총리보다 막강한 권력을 국내외에 행사하고 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로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켜온 아베의 뇌리에는 과거 군국주의 시대의 천황적 사고방식이 짙게 배어 있는 느낌마저 준다.
진짜 골치 아픈 황제는 따로 있다. 바로 북한의 김정은이다. 30대 초반의 아무도 못 말리는 ‘포악한 어린 황제’ 김정은은 도발적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박수치는 태도가 불량하고, 앉아있는 태도가 못마땅하다고 목을 치면서 폭군 황제의 만행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시대가 달라졌지만, 구시대의 황제적 요소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우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현대판 황제국가를 맞상대해야 하는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정말 고도의 외교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힘든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히는 외교성과가 갈수록 흔들리는 이유도 주변국가의 ‘황제적 리더십’ 때문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는 식으로 우리도 황제처럼 정면 대결하다가는 서로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세련된 조정자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 게 있다. 과연 우리 내부에는 황제적 요소가 없는가? 유아독존적 태도나 불통,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외국 순방중에 전자결재 방식을 통해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 여당조차 주장하고 있는 청와대 참모의 경질론을 외면하는 것, 한때 청와대에는 황제시대에나 존재했던 ‘내시 참모’ 비판도 있었지 않았던가? 모두 사라져야 한다. 국회의원이 과다한 기득권을 행사하는 것도 사라져야 할 황제적 요소들이다. 정치뿐 아니다. 황제골프, 황제수사, 황제노역, 최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이 일당 400만원짜리 황제 노역으로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8월말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황제 밥상도 사라질 것이다.
이제 ‘황제의 시대’는 지났다. 황제권력은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보여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민심이반을 가져온다. 한없이 낮은 자세와 겸허함이야말로 구시대적인 황제 리더십을 버리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