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이 발생한지 사흘이 지난 12일 현재까지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통화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4차 핵실험 당시 “시 주석과 통화를 비롯한 중국과 협조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같은 온도차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 역할론’에 대한 기대가 크게 꺾였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 대국민담화 때만해도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며 중국에 공개 러브콜을 보냈지만 이후 국회 국정연설 때는 ‘연대’라는 표현만 한 번 사용했을 뿐이다. 일관되게 북한 비핵화를 이야기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한국이 바라는 ‘뼈 아픈’ 제재까지는 꺼내들지 않는 중국에 대한 실망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5차 핵실험 도발을 응징할 칼자루는 여전히 중국이 쥐고 있단 현실이 우리 정부의 고민을 깊게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중국도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변호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미국과 전략 경쟁이 격화되면서 북한 문제를 더욱더 미ㆍ중 갈등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고 이를 미국에 대한 하나의 카드로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제재에는 찬성하겠지만 우리 정부가 희망하는대로 정말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가 가능하게 할 제재를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핵보유국을 추구하는 북한 때문에 골치를 썩는건 마찬가지다.
중국은 지난 4차 핵실험 이후 빠르게 전개된 제재 국면에서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을 꺼내들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런가하면 미국과 전략 경쟁 구도에서 북한과 관계 개선 필요성에 따라 제재와 북중관계 개선을 분리해 접근했다. 한국 정부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가 중국이 제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도 철저히 국가이익에 따라 행동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지금껏 사용해온 두 가지 전략을 쓰기 어려워졌다.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의 ‘자동 개입 조항’(trigger)에 따라 추가 결의안 논의가 시작되면 대북 원유 송출 금지, 해외 노동자 파견 등 기존보다 강화된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북한에 벌칙을 주는 차원을 넘어 북한의 존립과도 연결될 정도로 민감한 문제다. 이는 동시에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될 수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지난번 4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대북제재나 북중관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며 “과연 북중관계를 지금같이 가져가도 괜찮을지, 아니면 방향을 바꿔야 할지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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