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홍문종·이정현 등 핵무장론 공론화
전문가들 “가능성 낮지만 외교 지렛대 역할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남북의 대치국면이 심화일로(深化一路)를 걷고 있다.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주요국과의 외교 관계에 발이 묶인 정부를 대신해 국회가 ‘핵무장’의 기치를 걸고 나섰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탓에 현실화 가능성은 낮지만, 이 같은 강경론을 ‘외교적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원유철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국회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우리의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원 전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초반부터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우리도 핵무장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표적 핵무장론자다.
그는 이날 행사 모두발언에서도 “북핵은 이제 ‘현실적 위험’이 됐다”며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억제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 이상의 ‘보여주기식 방위’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원 전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친박(親박근혜)계 핵심인사로 꼽히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미 ‘한반도 비핵화’가 깨졌으니 남한도 핵을 가져야 한다”며 핵무장론이 당내 소수의견이 아님을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현재 대한민국은 북핵의 실질적인 위협을 받고 있고, 이는 생존에 관한 문제”라며 “국제사회에 ‘우리도 핵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환기시키고,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NPT를 탈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추석을 맞아 민생행보에 나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전날(1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 시도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며 “(핵무장) 같은 문제들에 대해 이제 과감하게 논의 테이블에 얹어야 한다. 개인적 소신이 강하다”고 했다. 집권 여당의 전ㆍ현직 지도부와 주류세력이 합심해 핵무장론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이런 행보를 의도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의 관계악화 가능성을 감안하면 NPT 탈퇴 가능성이 현저히 낮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핵무장론이 분출되는 것만으로도 중국과 일본의 태도 변화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과 교수는 KBS 라디오에서 “핵무장론 현실화 가능성은 낮지만 외교적 지렛대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슬기ㆍ유은수 기자/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