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아주 진지하게 잘 경청했다”(청와대 관계자)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추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간 12일 회동은 야당과 청와대의 엇갈린 평가만큼이나 간극이 컸다.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현안을 둘러싸고 각을 세우면서 향후 정국에 어두운 그림자만 짙게 드리우고 말았다. 115분간 이어진 회동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비롯해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 경제활성화 법안,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등 건건마다 파열음을 냈다.
여성 대통령과 여성 제1야당 대표 간 만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추 대표가 “안보상황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면 안된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규탄하고 대북제재를 하고 있는데 그 나라들도 안보를 이용하는 것이냐”며 날선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서 드러난 간극은 박 대통령의 지난주 러시아ㆍ중국ㆍ라오스로 이어진 순방 외교 때보다 오히려 컸다.
일례로 북한의 우방국이자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러시아까지 참여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핵포기를 촉구한 비확산 성명을 채택한 반면, 이날 회동에서는 북핵 관련 공동발표문 채택 시도조차 무산됐다. 기대를 모았던 회동이 이렇게 초라한 결과로 마무리된 책임은 어느 일방에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으로 한반도 정세의 틀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야당이 대북특사와 남북대화를 주장한 것은 뜬금없다.
한반도 문제를 대화와 평화적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흔들릴 수 없는 대원칙이지만 북한이 추가 핵실험 움직임까지 보이는 마당에 정치지도자로서 무책임한 발언일뿐이다.
박 대통령에게도 아쉬움은 남는다.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야당 대표에게 특정 사안에 대해 ‘찬성이냐, 반대냐’고 묻는 것은 상대방 입장에서 다그치는 추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안보ㆍ경제 위기 상황에서 다른 나라와의 외교보다 오히려 국내 정치 갈등이 더 커보이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불행이다.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