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이날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강당에서 ‘진화하는 한미동맹과 동북아 평화’를 주제로 강연하며 “북한 핵 문제는 제재와 압박 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제재와 함께 관여정책(engagement strategy)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여정책이란 북한 정권이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회유하는 대북 정책을 일컫는다.
정 의장은 인라 강연에서 한미 동맹의 세 과제로 ▷북한 위협에 대한 굳건한 방어태세 유지 ▷북한을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고, 대북 관여정책 시작 ▷통일 이후 세계 신(新)질서를 염두하고 한미 동맹 격상을 꼽았다.
그는 “북한은 5차 핵실험을 했고 이제 각종 미사일을 사용한 북한의 핵공격 능력은 현실화되고 있다.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 북한이 오판할 경우 이를 초기에 격멸할 의지와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북한 체제가 압박과 제재 속에서도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보기보다 양호한 체제보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미 양국의 압박정책이 목적달성에 성공했느냐는 질문에 쉽게 답변하기 어렵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나오게 된 과정이나 이유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지만, 돌이켜보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결과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또 “제재 만능주의의 환상에 사로잡혀도 안 된다. 북한 엘리트 몇명이 탈북했다고 체제 붕괴의 전조로 보는 희망적 사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란의 핵 협상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 의장은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것은 UN 안전보장이사회 5개국과 독일이 참여하는 기나긴 협상의 결과”라며 “북한에 대해서도 이런 다자적 관여를 통한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 의장은 “6자회담 당사국 의회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당사국 의회 의장들에게 제안 설명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한국ㆍ북한ㆍ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6자회담 당사국의 의회간 대화는 정 의장이 지난 7월 17일 제헌절 경축사에서도 북핵 해결을 위해 제시했던 방안이다.
또 중국의 역할에 대해 “한중 관계는 경제적으로 밀접하지만 핵 문제 등에서는 아직 (중국이) 한국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바라는 국민적 기대를 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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