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추석 연휴 가을 바람을 타고 뉴욕으로부터 불어온 ‘반풍’(潘風)이 경찰에도 상륙했다. 지난 19일 정부가 인사 발표한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 내정자를 두고 나온 말이다. 김 서울청장 내정자는 충북 제천 출신으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첫 손에 꼽히고 있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충주고 후배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반 총장이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3당 대표와 회동한 이후 국내 정치권에 이른바 ‘반풍’이 거세게 몰아닥친지 나흘만의 일이라 경찰쪽에서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각별하게 받아들여졌다. 뉴욕 회동에서 반 총장은 내년 1월 귀국 의사를 밝혔고, 정치권에서는 여권의 친박(親박근혜계)에서 한 목소리로 “환영”인사를 밝힌 가운데 이뤄진 인사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충북청장에 취임한 이후 불과 8개월여만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면서 서울청장직을 맡게 됐다. 게다가 현직 치안감인 지방청장이 치안정감인 서울청장으로 수직 상승한 경우는 경찰 내부에서도 드문 사례라 사실상 ‘친반’ 인사라는 게 경찰계나 정치권의 중론이다. 치안정감은 경찰 내부에선 경찰청장 다음의 넘버2로 꼽힌다. 전부 6자리가 있는데, 이번 인사까지 포함해 지역별로는 충청권이 2명(서울ㆍ경기남부청장)으로 영남 2명(경찰청 차장ㆍ인천청장)과 함께 가장 많다. 나머지는 경기 1명(부산청장)ㆍ호남 1명(경찰대학장)이다. 또 이번 인사로 서울청장 자리는 현 이상원(충북 보은)과 전임 구은수(충북 옥천) 치안정감 등 3차례나 연이어 충북 출신이 맡게 됐으며, 반 총장의 지연ㆍ학연으로는 한층 더 직접적인 고리를 형성하게 됐다. 이번 서울청장 인사로 강화된 경찰 내 ‘충청파워’가 외교가ㆍ정가 인사 주축인 반 총장의 인맥과 어떤 상호작용을 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게 정치권의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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