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예산정책처의 최근 1년간 결산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기상청의 지진관측장비 도입 및 설치 지연이 2013년부터 ‘연례행사’처럼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까지 총 3년간 계획대로 지진관측장비가 국내에 도입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 2013년 특정 업체와 지진관측장비 구입계약을 체결하고 장비 도입까지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었다. 동일본 대지진(2011년 3월)이 발생한 지 약 2년 만이다. 그러나 검수과정에서 장비의 규격미달, 관련 시스템과의 호환성 부족, 성능 부적합 등이 발견돼 계약을 해지, 구입예산 11억 8500만원을 전액 이월했다.
문제는 이후에도 ▷정부의 늑장 계획수립 ▷관련 법령 미비 등으로 인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2014년에는 정부의 지진관측장비 구입 및 시추공 공사계획이 7월에야 수립됐고, 결국 조달청 공고 및 조달업체와의 계약절차는 이듬해로 밀렸다. 2014년에 배정된 지진관측장비 구입비 43억 5000만원 중 36억 5000만원(83.8%)과 장비 시추공 공사비 13억 5000만원 중 13억 4600만원(99.7%)이 2015년으로 넘어간 이유다.
그러나 2015년에도 지진관측장비 구입비로 책정된 66억 3000만원 중 제대로 집행된 것은 37억 8200만원에 불과했다. 전체적인 지진대응 계획 없이 2014년도 미집행 예산을 소화하는데만 급급했던 셈이다. 이에 따라 23억 9800만원의 관련 예산과 장비 시추공 공사비 30억 7100만원 중 9억 1700만원은 또 올해로 넘겨졌다.
3년간 총 95억여원의 예산이 정처 없이 떠돈 셈(사후 집행분을 차감하지 않은 이월분 단순집계)이다. 전문가들은 지진대응 체계 마련이 수년간 밀린 원인을 ‘제도의 허점’에서 찾았다. 예정처에 따르면, 2014년 ‘지진ㆍ해일ㆍ화산관측 및 경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지진관측장비를 검증할 법적 근거는 마련된 상태다.
하지만 지진관측장비 제작업체의 검증의무 등 세부 규정이나 시설은 여전히 부실하다. 실제 기상청은 지난해 ‘지진관측장비 검정체계 검정용 지하암반터널’을 건설하려 했었지만, 잦은 사업계획 변경으로 결국 관련 예산을 모두 이월시킨 바 있다. 지진관측장비의 성능을 검증할 표준규격은 물론, 공인 시설도 없는 것이다.
관련 학계 한 관계자는 “지진관측장비 등 고가의 첨단장비는 기상청에서 직접 구매하고, 소모성 지상및 해양기상관측장비는 한국기상산업진흥원에서 도입 및 유지ㆍ보수사업을 민간대행 방식으로 수행한다”며 “통일된 검정기관을 지정하거나 장비 제작업체에게 검정의무를 부여하는 법적 근거 정비가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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