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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원우 대신 MB에 사과한 문재인 “꼭 같은 마음이었다”(종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향해 “사죄하라”고 외쳤던 백원우 전 의원을 지난 25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임명해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백 의원을 대신해 MB 내외에 머리 숙여 사과했던 문 대통령이 과거 인터뷰에서 백 의원에 대해 “꼭 같은 마음이었다”고 한 말이 재조명되고 있다.

2009년 5월 29일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하려 할 때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지난 25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임명된 백원우 전 의원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향해 사과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 측근 중 막내뻘이던 당시 백원우 의원(열린우리당, 경기시흥갑)이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향해 “이명박 사죄해. 여기가 어디라고 (분향합니까?)”라고 외치다 청와대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한 것이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당시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 ‘독설닷컴’에서 “백 의원이 ‘여기가 어디라고’까지 말했을 때 경호원이 입을 틀어막았다”며 “이때 사람들이 ‘살인마’, ‘풀어줘’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백 의원은 경호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오면서도 “정치보복으로 살인에 이른 정치살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사죄하십시오”라고 반복해서 외쳤다.

나중에 기자들이 백 의원에게 ‘왜 그랬는지’ 묻자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보복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원우 의원의 이런 저항은 당시 참석자들이 차마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바를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관련, 언론인 김어준은 ‘영결식의 결정적 장면들’이란 글에서 “백원우, 최소한 몇 십만을, 병원에 가야 할 수준의 잠재적 우울증으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영결식을 애통하게 지켜보던 자국민 몇 백만을, 흐뭇하게 웃도록 만든 이는 세계사에 그가 유일무이 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자 오랜 동료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장례집행위원장으로서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향해 다가가 머리를 숙이고 사과하며 혼란해진 장내를 수습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조문 오신 분에게 예의가 아니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태도는 훗날 그가 노무현을 이을 차기 대선주자감으로 각인되게 한다.

김어준은 저서 ‘닥치고 정치’에서 “말 나온 김에 내가 문재인을 처음 알아본 그 2년전이 언제인지도 언급하고, 문재인 이야기를 끝내자고”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당시를 회고한다.

그는 “노무현 영결식때야. 당시 백원우가 이명박을 향해 말폭탄을 던졌잖아. 많은 이들이 범인은 아는데 그 범인을 지목하지도, 체포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백원우의 행동은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들에겐 통쾌한 일이었다고”라며 “그런데 그렇게 피아가 확실히 구분되고 감정적으로 격해진 상황에서 문재인이 이명박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를 한다고”라며 느낀 바를 전한다.

김어준은 “보통 그런 상태에선 범인에게 피해자가 사과하는 건 있을수도 없고, 만약 그랬다면 분노하게 된다고”라며 “그런데 문재인이 이명박에게 사과를 하니까, 비겁하거나 쓸떼없다고 느껴지는 게 아니라 경우가 바르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이런건 타고나는 애티튜드의 힘이라고. 이런건 흉내내거나 훈련할수 없는거야”라고 평가했다.

결국 백 의원은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의해 벌금형(300만원)으로 약식기소됐고, 1심에서 벌금 100만원형을 받았지만 항소해 지난 2013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백 의원은 당시 검찰 기소에 대해 “그것도 죄가 되나요? 검찰이 ‘장례식 방해죄’로 저를 기소하였습니다”라며 “과연 상주이며 장례위원인 사람에게 ‘장례식 방해죄’가 성립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밝혔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분명 정치적 타살이었습니다”라며 “이명박 정권은 그 누구도 사과와 반성의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죄하십시오’라고 했고 그것이 죄가 되는 세상이라면 이 세상은 참으로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2009년 한 해는 참으로 힘든 한 해입니다. 두 분의 대통령(김대중, 노무현)이 서거하셨고, 장례위원장이었던 한명숙 총리 역시 말도 안 되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입니다”라며 “장례식장에서 상주를 맡았던 저 또한 법정에 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담담하게 이명박 정권의 끝을 지켜보겠습니다”라고 입장문을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태를 수습했던 문 대통령 역시 장례식 당시 슬픔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장례식 내내 공개적으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장례식 후 귀가해 119를 부를 정도로 통곡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0년 4월 29일 열린 백 의원 관련 1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 분들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백원우 전 의원에 대해 “참 멋진 친구”라고 평한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전 인터뷰에서 “저도 그때 마음은 우리 백원우 의원과 꼭 같은 마음이죠. 그렇게 외치는 백원우 의원을 정말 껴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그래도 우리가 상주잖아요”라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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