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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경영권 분쟁 새국면 ①] 한국서 손떼는 신동주…일본에 주력하나
-국내계열사 4곳 지분 정리키로
-“日 경영권 회복에 주력” 시각
-日롯데 경영복귀 카드 유력해
-호텔롯데 지분경쟁 가능성 남아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 지분을 처분키로 하면서 2년 넘게 끌어온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는 시각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는 명분은 롯데 지주사 설립에 반대하는 주주의 권리 행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지분을 대거 보유한 일본 롯데의 경영권 확보에 주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헤럴드경제DB]

신 전 부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SDJ코퍼레이션은 13일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주식의 97%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4개 계열사는 지난달 29일 임시주총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합병안을 결의한 회사들이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롯데제과 3.96%, 롯데쇼핑 7.95%, 롯데칠성음료 4.16%, 롯데푸드 2%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가로 계산하면 세금을 제외하고 총 7681억원어치다. 이 지분을 모두 장외에서 처분할 경우 신 전 부회장은 7451억원을 현금화할 수 있다. 매각이 완료되면 신 전 부회장은 이 4개사의 지분 소량과 롯데상사(8.03%), 코리아세븐(4.10%), 롯데건설(0.37%) 등 주식만 보유하게 된다.

SDJ 측은 “단순히 주식을 팔겠다는 게 아니라 이 회사들의 분할과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의 권리로서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자신이 이들 회사의 분할과 합병안에 반대해왔기 때문에 임시주총에서 분할합병안이 통과된 데 대해 반대 의사 표시로 지분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 지분을 처분키로 하면서 사실상 롯데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최근 롯데의 상징이 된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진=연합뉴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중국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롯데쇼핑의 사업성이 악화됐다며 롯데쇼핑을 포함한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 지속적으로 반대를 해 왔다. 하지만 롯데제과 등 3개사 주주의 90%가량이 지주사 전환을 지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신 전 부회장의 주식 매각 의도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재계 전문가들은 신 전 부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이 단순히 분할합병안에 반대하는 의사 표시가 아니라 롯데 경영권 분쟁의 향배와 관련해 상당한 함의를 가진 행위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결정을 계기로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의 경영권은 깨끗이 포기하기로 한 것 같다”며 “한국 롯데 계열사 지분 매각이 바로 그 방증”이라고 했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포기하는 대신 새롭게 확보한 거액의 자금을 활용해 일본 롯데 경영권을 되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인 광윤사의 지분 50%와 1주를 보유한 대주주다. 한일 롯데그룹은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 주력 계열사로 엮여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이 커지는만큼 사실상 호텔롯데에 대한 지분 경쟁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롯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신 전 부회장이 이번 지분 매각으로 한ㆍ일 롯데의 경영권을 모두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한국 롯데의 경영권은 양보하는 대신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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