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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밀하게 계획된 日아베정권 韓보복, 결국 국내정치용?
-경제보복 본격화 하는 4일, 日참의원 선거운동 시작일과 겹쳐
-아베, 강제징용 강경대응 여론 등에 업고 선거 승리 다짐
-韓외교부, ‘자발적 기금조성’ 제안 외 대안 “없다”
-몸 낮춘 靑 “향후 대응 산업부 통해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4일 부터 본격 발효한다. 이날은 일본 참의원 선거 공시일(선거운동 개시일)과 일치한다. 참의원 선거 과반을 목표로 내건 아베 정권이 이번 조치를 사실상 민심얻기용 카드로 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29일 일본 오사카서 열린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총리. [AP]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두고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경제보복' 조치가 4일부터 본격 발효된다. 이날은 일본 참의원(상원에 해당) 선거 공시일이기도 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여당이 필승을 목표로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공식적으로 시행하는 셈이 됐다. 이를 두고 일본의 대한(對韓) 경제보복은 지지층 여론 결집을 의도한 아베 정권의 치밀한 각본이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 국내 정치용 카드로 한국을 겨냥한 아베 총리의 계산된 움직임에 우리 정부는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3일 니혼게이자이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4일부터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3개 품목 수출 규제에 시동을 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는 감광제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쓰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다. 그간 절차 간소화 우대를 받던 이들 품목은 이날부터 수출 계약 별 일본 당국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심사엔 평균 3개월이 소요된다. 아울러 안보 우방국으로 미국·독일·프랑스 등 27개국이 올라있는 '화이트 국가' 명단서도 한국을 뺀다는 방침이다. 시행 시기는 8월로 잡았다. 이 경우 군사 전용 우려가 있는 제품 수출 시엔 건별로 일본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이같이 한국에게 '보복'을 개시하는 날은 공교롭게도 일본 참의원 선거 공시일이다. 후보자들은 이날부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NHK는 이날로 공시일이 잡힌 배경에 대해 "(일본)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 폐회 후 24∼30일이내 (선거를) 실시한다고 정해져 있다"며 "6월 26일 정기국회 폐회에 따라 정부는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참의원 선거 공시일을 7월 4일, 투표일은 21일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국회 폐회 후 '24일에서 30일 이내'라는 규정을 활용해 25일 뒤인 이달 21일을 선거일로 확정한 셈이다. 선거일에 따라 선거 공시일도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복조치를 시작하는 날과 공시일을 의도적으로 맞춘 것으로 풀이되는 이유다.

아베 신조 총리를 위시한 여당의 표밭 다지기 착수가 한국에 '보복하는 날'과 겹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베 총리는 이처럼 미묘한 시기를 목전에 두고 민심 다잡기에 나섰다. 그는 2일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제산업성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국가와 국가의 신뢰관계로 해왔던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미 일본 국민 10명 중 8명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경 대응을 지지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나온 발언이다. 요미우리는 "아베 총리가 (강제징용 건 등으로) 한국과의 신뢰관계가 손상됐다는 이유로 관리 강화 조치를 했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21일 참의원 선거 목표도 설정했다. 아베 총리는 "안정된 정치를 추진한다는 관점에서 비개선(임기가 3년 남은 의원)을 포함, 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는 게 승패 기준이 될 것"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이토록 치밀한 일본의 대응에 맞서 우리 외교부는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정부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자국 국내정치에 이용한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내놓은 강제징용 관련 대책을 제외한 '플랜B'를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당시 정부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에 대해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 피해자에 위자료를 주자고 제안했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해당 제안을 일본이 받는다면 일본 정부가 요청했던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3조 1항 협의 절차(한일 양국 외교 채널을 통한 분쟁해결)를 수용하겠다고 덧붙인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일본 정부는 즉각 이를 거부했다. 청구권 협정 3조 3항에 의거, 제3국 중재위 구성을 요구했다. '배상 하기 싫으니 타국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입장을 계속 검토해 달라고 일본에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에 뭔가 다른 계획이 없는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안 없이 일본이 거부했던 기존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당국자는 '(일본과의) 협의'란 단어만 6차례 가량 써가며 강조했으나,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했다. 한일 실무자급 채널인 국장급 협의는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몸을 낮추고 있다. 일본 경제보복에 따른 외교적 해결책이 있는지 묻는 질의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말 한마디가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1일 산업자원통상부 장관께서 발표하셨지만 수입선 다변화, 국산화 개발 등이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고, 향후 관련된 입장이나 발표 등은 아마도 산업부를 통해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대응 창구를 청와대가 아닌 주무부처로 일원화 한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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