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차원 총력 지원…정부는 뒷북 대응 지적도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재계 1위 삼성전자가 9일 미래 기술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지정테마를 지정하며 관련 연구과제 지원에 나선 데 대해 최근 국내 산업계를 강타한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 규제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수출 효자 제품에 대한 대외 기술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산업계가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외풍에 흔들림 없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으로 발표한 지정테마 연구지원 과제 15개를 보면, 반도체 소재 및 소자·공정 기술로는 ▷이온 이동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명지대학교 윤태식 교수)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100층 이상 집적하기 위한 신규 소재(한양대학교 송윤흡 교수) △다이아몬드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중앙대학교 이형순 교수) 등 반도체 소자 구조와 소재를 획기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과제 6개가 선정됐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연구과제들을 선정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청색 발광 소재의 효율 한계 극복(홍익대학교 김태경 교수) ▷홀로그램용 공간 변조 기술 연구(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김휘 교수) ▷나노와이어 기반 마이크로 LED 연구(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김재균 교수) 등 5개 과제가 꼽혔다.
컨슈머(Consumer) 로봇 분야에서는 로봇 피부에서 압력, 온도, 거리, 진동 등을 감지하는 말초신경계 광섬유센서 개발(부산대학교 김창석 교수) 등 2개 연구과제가, 진단 및 헬스케어 솔루션 등 미세먼지를 크기와 종류별로 구별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공기정화기술(KIST 유용상 교수) 등 2개 과제가 선정됐다.
이번에 함께 공모했던 차세대 컴퓨팅 및 시스템 아키텍쳐 분야에서는 산업계의 혁신을 위해 보다 도전적인 목표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심사위원단 의견에 따라 과제가 선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일환으로 국가적으로 연구가 필요한 미래 과학기술 분야의 혁신을 위해 2014년부터 지정테마 과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며 “자유공모 지원과제가 순수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라면, 지정테마 연구과제는 국내 산업계가 향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서 선정했다”고 말했다.
전자 회로.[123RF] |
민간 기업이 이처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뒷북 행정’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범정부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전략적 측면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소관 부처로 대응하는 한편, 이달 중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강화에 대해 “협의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날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는 “수출관리를 적절히 실시하기 위한 국내 운용의 재검토”라며 “철회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반도체·스마트폰·TV 제조에 쓰이는 첨단 필수 소재 세 가지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수출 규제 항목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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