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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여론’ 의식한 美, 北과 ‘차분한 실무협상’ 재개 청신호 켤까
-재선 노리는 트럼프, 14일 여론조사 참패 후 잇단 대북 메시지
-16일 각료회의→22일 친서언급
-판문점 회동 강조하며 “北과 좋은 관계지만 서두르지 않겠다”재강조
-실무협상도 속도보단 해결에 방점, ‘재선 담보 삼겠다’ 읽혀
-폼페이오 “체제보장 긍정적…北도 ‘창의적 결심’해야”강조
북한과 미국의 이번 서신교환은 같은듯 다르다. 올해 2차례 왕래한 친서는 모두 정상 간 만남의 예고편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편지 왕래를 공개한 것은 북핵 해결을 바라보는 국내여론을 의식한 행보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관계 좋다, 차근차근 만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북한과의 ‘친서교환’ 사실을 공개하며 남긴 발언은 이렇게 요약된다. 그는 “최근 매우 긍정적인 친서왕래가 있었고 우리 관계는 아주 좋다”며 “(실무협상에 대해선) 그들이 준비될 때 우리도 준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적절한 시점에 효율적으로 발신된 메시지로 읽힌다.우선 핵 담판 국면의 밑그림을 그린 트럼프 대통령이 6·30 판문점 회동 후에도 북한과 좋은 관계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또 하나는 실무협상 시점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요번엔 확실히 결론 짓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일련의 포석은 하나의 목표로 귀결된다는 해석도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여론 관리다. 지지층 불안감을 잠재우면서 북핵협상에선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해 소기의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다.

실제 판문점 회동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 관련 공개 언급들은 모두 민주당 대선주자에게 ‘참패’를 당한 14일(현지시간) 여론조사 뒤에 나왔다. 당시 발표된 NBC뉴스와 월 스트리트 저널(WSJ)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 가상 대결에서 51%대 42%로 9%포인트 뒤진 열세였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50%대 43%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7%포인트 앞섰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48% 대43%로 트럼프 대통령보다 많은 지지를 얻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임에 나섰던 2011년 8월 당시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이 때 오바마 대통령은 NBC와 WSJ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유력 주자 밋 롬니를 46%대 45%로 앞서고 있었다. 이어진 본선에서는 51%대 47%로 롬니를 눌렀다.

달갑잖은 ‘여론 성적표’를 받아든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북핵관련 메시지를 내보냈다. ‘좋은 관계’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틀 뒤인 16일 백악관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에 대해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본다”며 “진전은 훌륭한 의사소통이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마침 북한이 실무협상 재개와 한미연합훈련 중단 문제를 연계시켜 거론한 직후였다. 그러면서 그는 판문점 회동도 강조했다. “아무런 계획도,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 전에 나는 ‘우리는 여기에 왔다. 김정은에게 인사하자’고 했다”며 회동이 사전 기획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즉석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 누구도 실제로 터프한 사람들과 연락을 취할지 몰랐다. 하지만 나는 그(김 위원장)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그것은 훌륭한 만남이었다. 그것은 꽤 흥미진진했다. 매우 좋은 소통이었다”고 부연했다. 22일 거론한 ‘친서’는 그 연장선상인 셈이다.

뿐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측의 준비’를 재차 강조하며 실무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속도조절론에 사실상 방점을 찍었다. 북핵 해결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담보하는 성과 리스트에 들어가려면 ‘속도’보단 ‘해결’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북핵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인터뷰 내용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친서교환을 언급한 것과 같은 날 “나는 그들이 (협상장에) 나타날 때 다른 입장을 취하기를 희망한다”며 비핵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협상의 목표는 북한 비핵화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향후 북미 실무협상의 밑그림도 예상 가능하다. 시점보단 의제해결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동결’을 입구로 하고 ‘대량살상무기(WMD) 완전한 제거’를 종착지로 하는 로드맵을 재확인한 바 있다. 미국 측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의 최종상태(end state)의 개념에 대한 북미 간 합의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또한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 보장(security assurances)이 갖춰지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며 북한이 요구해온 체제보장 문제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도 전달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을 향해 “처음에 없던 아이디어를 갖고 테이블로 오기를 희망한다”면서 “우리도 약간 더 창의적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미국이 상응 조치 면에서 전향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북한도 그만큼 협상장에 나설 땐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결심’을 들고 나오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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