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의 피서가 절정에 이른 가운데 바가지 상술이 극성을 부리고 있어 피서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오후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 젊은이들이 모래찜질하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다 낡은 2인실 모델의 1박 숙박에 19만원을 요구하고 또 다른 여인숙급 호텔은 1박에 28만원, 파라솔 4만원, 평소 단골 물회집도 1만2000원하던 물회를 1만7000원에 내놓고….
본격적인 피서철 시즌과 함께 일본 무역 규제에 따른 반발로 국내 여행을 장려하고 있는 이때, 국내 유명 피서지에서 일부 상인들이 피서객들을 상대로 도를 넘는 바가지요금을 요구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6일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강원 동해안 92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193만158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3만8147명보다 9만3435명이 증가했다.
동해안 해수욕장 피서객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지난해보다 적었으나 이달 들어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절정기에 접어든 3일과 4일 이틀간 396만8126명이 찾으면서 지난해 수치를 훌쩍 넘어섰다.
이처럼 피서객이 늘어나면서 바가지요금,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 주차 등 피서지 무질서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 강릉을 찾은 피서객 A 씨는 강릉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바가지요금 때문에 여름휴가를 망친 경험을 글로 적어 올렸다.
A 씨는 “4인 가족으로 숙소를 예약해 1박에 25만원을 결제했다”면서 “현장에 가니 아이들 1인당 2만원인 4만원, 바비큐 1인당 8만 원 등 1박에 41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나마 “(제공된 바비큐) 맛은 개판, 가격은 바가지에 완전히 망쳤다. 다시 오면 성을 갈겠다”며 “이런 종류의 글을 쓴다고 뭐가 변하겠느냐. 단속 이런 것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 식당을 찾았다가 바가지요금은 물론이고 상식 이하의 상차림과 함께 손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젊은 동남아인 홀 서비스 직원에게 반말과 ‘죽일 듯이 나무라는 모습’을 보고 ‘이곳은 손님도 같이 일하는 사람도 안중에 없구나. 오직 돈만 챙기는 구나’라는 걸 느꼈다며 당시의 불쾌감을 적어 올렸다. 그러면서 “아무리 성수기라고 해도 너무한다”라며 “앞으로 베트남 휴양지 리조트로 가겠다”고 말했다.
피서지의 바가지요금뿐만이 아니라 일부 피서객들의 무질서한 행위도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피서객들이 많이 찾은 경포와 속초 등 동해안 주요 해수욕장 백사장은 밤새 백사장에서 피서객들이 먹고 마시고 놀다 버리고 간 음식물 등으로 아침마다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일부 피서객들은 술에 취해 백사장에서 그대로 자고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각 자치단체는 환경미화원과 부업 대학생 등을 투입해 이를 수거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한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송림이나 백사장에 버젓이 텐트를 치는 피서객도 여전하다. 또 올해도 피서객들이 새벽까지 쏘아대는 폭죽 소음에 해수욕장 주변 시민들은 밤잠을 설치곤 한다.
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은 해수욕장 개장에 맞춰 바가지요금 근절 이벤트를 매년 열고 있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
또한 숙박요금이 자율요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바가지요금 근절에 지자체가 법적으로 개입하기가 힘들다며 피서객들이 예약할 때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yihan@heraldcorp.com